청결, 그것이 안겨주는 행복
청결, 그것이 안겨주는 행복
  • 김혜식 수필가/前 청주드림 작은도서관장
  • 승인 2020.09.0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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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前 청주드림 작은도서관장

[독서신문] 일상이 마치 지뢰밭을 밟는 기분이다. 이젠 어디서든 코로나19의 손아귀로부터 안전한 곳이 없을 정도다. 뉴스에선 연일 코로나19 소식이다. 빠른 속도로 나라 전체에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다는 두렵고 암울한 내용만 전해올 뿐이다.

코로나19에 의한 피로감에 이어서 우울감이 삶 속에 깊이 파고든 탓인가 보다. 마스크에 가려진 이웃 사람들 표정이 못내 어둡다. 이즈막은 하루하루가 마치 전쟁터에서 운 좋게 목숨을 보전한 느낌마저 든다. 

이런 형국이다 보니 매사 의욕도 상실했다. 독서를 하려고 모처럼 책을 펼쳤으나 책 속의 활자가 쉽사리 눈에 안 들어온다. 삶의 시름을 잊으려고 뜨개질에도 손을 대봤다. 그 역시 집중이 어렵다. 텔레비전에서 영화 프로그램을 검색하기도 이젠 지쳤다. 더더구나 뉴스는 시청한다는 자체가 왠지 두렵다. 텔레비전 채널만 돌리면 온통 코로나19에 대한 보도 일색이기 때문이다.
어제는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다가 창틀에 눈길이 머물렀다. 그동안 날아온 황사 및 미세먼지가 베란다 창틀 사이마다 켜켜이 쌓여있었다. 서둘러 나무젓가락과 신문지를 준비해 이곳을 청소했다. 구슬땀을 흘리며 가까스로 먼지를 깨끗이 제거했다.

내친김에 그동안 잦은 폭우로 부옇게 흐려진 베란다 유리창과 집 안 곳곳에 쌓인 먼지를 닦았다. 청소에 발동이 걸리자, 현관 앞에 자리한 신발장을 정리했다. 아깝다고 모아둔 헌 운동화 및 구두들을 큰 마대자루에 담았다. 그리고 다시 둘러보니 플라스틱 김치통, 반찬통들이 드레스 룸에 수북이 쌓인 게 눈에 띄었다. 이 또한 끄집어내어 종이박스에 담았다. 그날은 우선 이것들을 집 안 청소를 한 것으로 만족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집 안 청소와 플라스틱 그릇들을 죄다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니 왠지 머릿속이 맑았다. 이 때 청소에 대한 이론과 실전 편으로 나뉘어, 『청소력』이라는 책을 펴낸 마쓰다 미쓰히로 라는 일본 남자 이야기가 문득 생각났다. 그 남자는 사업을 크게 벌이다가 실패를 한 후, 아내마저 곁을 떠나는 불운을 겪었다. 그를 다시 힘차게 일어설 수 있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청소력’이었다고 했다. 

실의에 젖어 집에만 웅크리고 있을 즈음, 창문을 연 순간이었다. 집 안으로 밀려들어 오는 상쾌한 공기에 갑자기 눈물을 왈칵 쏟는다. 그리곤 산뜻한 바깥 공기로부터 힘을 얻는다. 심호흡을 크게 한 후 그는 우선적으로 한동안 손대지 못했던 화장실 청소를 하기로 했다.  변기부터 수세미로 박박 문지를 때다. 자신도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샘솟았다. 이 일을 계기로 실제로 그는 친구와 함께 청소 전문 회사를 차려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가 주장하는 ‘청소의 힘’은 우리네 풍수와 일치한다. 쓰레기, 잡동사니로 가득 찬 집 안을 정리 정돈함으로써 집 안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면 행복한 기운으로 바뀌어 가족들의 몸과 마음에 절로 활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주변이 청결하고 정리 정돈이 잘된 공간을 가진 회사나 업체일수록 매출액이 높다는 그의 말이 자못 흥미롭다.

이 책장을 덮으며 어린 시절 어머니 말씀을 떠올렸다. 어머닌 늘 우리들에게 책상 정리를 깔끔하게 해야 공부도 잘되고 훗날 성공할 수 있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항상 쓰고 난 물건은 제자리 두어서 언제든 용이하게 찾아 쓰라는 말씀도 잊지 않았다. 특히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이부자리 네 귀를 정확히 맞춰 개어 놓도록 잔소릴 했다. 그때 어머닌 집 안 청소를 자주 우리에게 시켰다. 이는 청소를 하노라면 일의 이치를 깨달아 논리성이 정립된단다. 또한 집중력도 향상된다고 했다. 지난날 이러한 어머니의 가정교육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매우 유익한 삶의 지혜로 작용하고 있다. 

모처럼 집 안 청소를 하노라니, 그동안 마냥 침잠 됐던 나의 심신이 활력을 얻는 기분이다. 뿐만 아니라 집 안에 쌓인 먼지가 닦여나가듯 내 마음의 그릇된 허욕도 깨끗이 헹구어지는 듯해 몸과 마음이 깃털처럼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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