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애팔래치아의 여왕’ 엠마 게이트우드
[리뷰] ‘애팔래치아의 여왕’ 엠마 게이트우드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3.30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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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67살의 적지 않은 나이, 고급 장비 대신 자루 하나, 3,300km의 여정….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완주한 최초의 여성 엠마 게이트우드를 아는가?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게이트우드 할머니’이자 도보여행자들의 전설 ‘애팔래치아의 여왕’ 엠마는 1955년 5월 어느 봄날, 길을 나선 뒤 146일 만에 총 길이 3,300km에 이르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완주했다.

엠마는 아주 우수한 여행자다. 그녀가 세 번째로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여행한 지 거의 40년이 지났지만, 트레일 보존 위원회의 기록에 따르면 지금까지 트레일을 세 번 이상 여행한 사람은 여자 여덟 명, 남자 쉰다섯 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고된 여정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우선, 엠마는 35년 동안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며 열한명의 아이를 키워낸 어머니였다. 그녀의 남편은 지역 사회에서 신망이 두터운 엘리트였으나 집에서는 끔찍한 폭력을 일삼았다. 성적 학대도 서슴지 않았다. 농장을 일구고 살림을 꾸리는 것도 그녀의 몫이었다.

이처럼 힘든 삶을 살아온 엠마는 54살 되던 해, 법정에서 이혼 판결을 받아내 자유를 찾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장성한 노년의 어느 날, 노동과 슬픔으로 점철된 고통의 세월에서 벗어나 애팔래치아로 향한 것이다. 병원 대기실에서 본 ‘내셔널 지오그래픽’ 기사도 그녀에게 용기를 줬다. “지평선 너머로 캐나다를 바라보며 캐터딘 산으로부터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그렇게 해서 저 멀리 애틀랜타의 불빛들을 호령하는 오글소프 산까지 도착한다. 보통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트레일을 즐길 수 있다.”

▲ 엠마 게이트우드

그러나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생각보다 너무나 열악했다. 잘못된 표지판, 방치된 쉼터, 정비되지 않은 길 등 상태는 좋지 않았고, 밤이면 고슴도치와 같이 잠을 자거나 들개의 기척을 느끼며 잠을 청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재난의 해로 기록된 1955년의 허리케인도 엠마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산에서 만난 두 젊은이와 함께 물이 불어난 12m 협곡을 건넜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을 훌륭하게 길러낸 어머니의 힘이었을까. 엠마는 하루에 20km가 넘는 길을 홀로 걸어 황야를 전진했고, 마침내 1955년 9월 25일 목적지인 캐터딘 산 정상에 올랐다. 146일 동안 13개 주 3,300km를 걸어 태양이 가장 먼저 미국 땅을 비추는 곳에 도달한 것이다.

이 같은 엠마 게이트우드의 삶과 정신을 재조명하고 싶었던 저자 벤 몽고메리는 책 한 권을 펴냈다. 『할머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세상을 떠난 ‘게이트우드 할머니’에게 전하는 한 마디의 메시지가 그녀를 위로하는 듯하다. 벤은 엠마가 남긴 여행 기록, 일기, 편지를 확인하고 그녀의 가족과 지인들 그리고 트레일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여정과 그녀의 삶을 추적한다. 더불어 지칠 줄 모르는 삶에 대한 의지로 어떤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담대한 인간의 얼굴을 전해준다.

엠마의 딸 루이스는 말한다. "어머니는 당신이 한 모든 일들에 대해 아주 자긍심이 강했기에 그토록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어머니는 당신이 한 일이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 생각했고 사람들은 결국 어머니를 기억하게 되었지요."

■ 할머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벤 몽고메리 지음 | 우진하 옮김 | 책세상 펴냄 | 424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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