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고백
늦은 고백
  • 독서신문
  • 승인 2015.06.16 14: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시 해설'

                             최 해 복

아직도 뜨거운 불가마의 열기로
뿜어내는 때늦은 나의 고백
씨줄과 날줄 섬세한 감성으로
하얗게 밤을 지새우며 엮어간다네

촘촘한 그물코에 걸려드는 은비늘
짙푸른 물결 위로 출렁이고
아, 느지막이 철들어 날아오르는
한 마리 욕망의 바다새여

억누를 수 없는 깃털의 나래짓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 비추는
쪽빛 그림자를 내려다오


[이해와 감상]

의연한 삶에의 진실 추구의 자세

▲ 최해복 시인

시의 모티프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필자는 최해복 시인의 ‘늦은 고백’을 대하며 문득 떠오른 것이 프랑스 시인 폴발레리(1871~1945)의 말이었다. “시에서 첫행은 신(神)이 써주고, 그 다음 두번 째 행부터는 시인 스스로가 쓴다”는 말. 천재 시인 발레리의 명언대로라면 최해복 시인의 “아직도 뜨거운 불가마의 열기로/뿜어내는 때늦은 나의 고백”의 제1행과 제2행에서, “불가마의 열기”는 시신(詩神)이 써준 것이고, “뿜어내는 때늦은 나의 고백”은 최해복의 것 같다.

이제 화자는 “억누를 수 없는 깃털의 나래짓/드넓은 바다 한가운데 비추는/쪽빛 그림자를 내려다오”라고 진지한 삶에의 기원이 엄밀한 사유와 견고한 구성을 바탕으로 음악적이며 건축적 해조(諧調)를 이룬 진지한 시작법을 보여준다. 따지고 볼 것도 없이 모든 시인은 하늘이 내리는 존재다. 그러기에 참다운 시는 지금까지 다른 시인들이 전혀 다루지 않은 새로운 제재거나 소재의 빛나는 이미지의 신선한 시작업이어야 한다. 그것이 곧 한국현대시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 홍윤기 국제뇌교육대학원 국학과 석좌교수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