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해 복
아직도 뜨거운 불가마의 열기로
뿜어내는 때늦은 나의 고백
씨줄과 날줄 섬세한 감성으로
하얗게 밤을 지새우며 엮어간다네
촘촘한 그물코에 걸려드는 은비늘
짙푸른 물결 위로 출렁이고
아, 느지막이 철들어 날아오르는
한 마리 욕망의 바다새여
억누를 수 없는 깃털의 나래짓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 비추는
쪽빛 그림자를 내려다오
[이해와 감상]
의연한 삶에의 진실 추구의 자세
시의 모티프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필자는 최해복 시인의 ‘늦은 고백’을 대하며 문득 떠오른 것이 프랑스 시인 폴발레리(1871~1945)의 말이었다. “시에서 첫행은 신(神)이 써주고, 그 다음 두번 째 행부터는 시인 스스로가 쓴다”는 말. 천재 시인 발레리의 명언대로라면 최해복 시인의 “아직도 뜨거운 불가마의 열기로/뿜어내는 때늦은 나의 고백”의 제1행과 제2행에서, “불가마의 열기”는 시신(詩神)이 써준 것이고, “뿜어내는 때늦은 나의 고백”은 최해복의 것 같다.
이제 화자는 “억누를 수 없는 깃털의 나래짓/드넓은 바다 한가운데 비추는/쪽빛 그림자를 내려다오”라고 진지한 삶에의 기원이 엄밀한 사유와 견고한 구성을 바탕으로 음악적이며 건축적 해조(諧調)를 이룬 진지한 시작법을 보여준다. 따지고 볼 것도 없이 모든 시인은 하늘이 내리는 존재다. 그러기에 참다운 시는 지금까지 다른 시인들이 전혀 다루지 않은 새로운 제재거나 소재의 빛나는 이미지의 신선한 시작업이어야 한다. 그것이 곧 한국현대시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 홍윤기 국제뇌교육대학원 국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