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민계급의 몰락과 예술가의 탄생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독일 시민계급의 몰락과 예술가의 탄생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 독서신문
  • 승인 2015.04.2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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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강의> 여섯 번의 특강으로 살펴보는 독일문학, 그리고 우리
최근 대학의 상아탑 안에 머물던 인문학과 고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강의하는 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본지는 이같은 인문학과 고전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지속시키고 인문학 열풍을 더욱 확산시키고자 유명 석학들의 강연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 편집자 註

 

▲ 토마스 만(Thomas Mann, 1875-1955)

[독서신문] I. 토마스 만, 그는 누구인가?

독일 소설을 세계적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린 토마스 만(Thomas Mann, 1875-1955)은 북독의 한자(Hansa) 동맹 도시 뤼벡(L?beck)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뤼벡 시민계급 전래의 관습과 도덕률을 엄격하게 지키는 전형적인 북독인이었지만, 라틴계 혈통이 섞인 어머니는 집안일이나 세상사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음악에 탐닉하는 예술가 기질의 소유자였다. 토마스 만은 부모로부터 시민적 도덕성과 예술가 기질을 동시에 물려받았으며, 그의 초기 작품들은 대개 시민성과 예술성 사이의 갈등을 테마로 하고 있다.

II. 처녀장편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

토마스 만이라는 예술가가 탄생한 자세한 내막은 1901년에 나온 그의 처녀장편 『부덴브로크 가(家)의 사람들(Buddenbrooks)』에 잘 나타나 있다.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부터 살펴보자면, 이 소설은 한 시민 가문의 몰락을 다룬 이야기로서 토마스 만이 자기 집안 이야기를 근간으로 약 3년간 쓴 작품이다. ‘독일 자본주의를 일으키고 발전시킨 독일 시민계급이 부를 축적하고 난 다음 도달하는 ‘허무’의 최고점으로부터 어떠한 ‘추락’과 ‘변성(變成)’을 겪게 되는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토마스 만은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에서 만(Mann) 가의 사람들, 즉 제 1대인 그의 증조부, 제 2대인 조부, 제 3대로 아버지와 삼촌과 고모들, 그리고 제 4세대로서 토마스 만 자신을 형상화하고 있다.

제 1대인 요한 부덴브로크는 1835년 도시의 중심가에 새로 구입한 호화 저택에서 가족, 친지들과 함께 집들이 잔치를 벌인다. 그러나 그 집안의 아들이며 홀란드의 명예 영사(領事)인 요한은 남몰래 근심에 잠겨 있는데, 그의 배다른 형 고트홀트가 돈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왔기 때문이었다. 경사스럽고 즐거운 날에도 한 가닥 근심의 음영이 이미 집안에 들어와 있었다.

제 2대인 영사 요한은 매사에 신중한 면모를 보여줬다. 그는 4남매를 두었는데, 큰아들 토마스는 매우 꼼꼼하고 성실한 반면에 신경이 예민하고, 작은아들 크리스찬은 남의 흉내 내기를 좋아하는 데다 게으르고 산만한 성격을 보였다. 큰딸 토니는 단순한 성격에 자존심이 강하며 막내딸 클라라는 착하고 내성적이었다. 영사 요한은 큰딸 토니가 함부르크의 사업가 그륀리히와 결혼하도록 했으나, 그륀리히가 사기꾼임이 밝혀지자 토니를 다시 집으로 데려온다.

영사가 죽자 제 3대로서 토마스가 회사 경영을 맡는다. 그는 시의 재무담당 참정관으로 선출되고, 새집을 지어 부덴브로크 가문의 위세를 내외에 크게 떨친다. 그러나 그에게는 선대(先代) 때보다 더 많은 걱정거리가 따라붙는데, 여동생 토니가 두 번째 결혼에서도 실패해 다시 친정으로 돌아와 살고 있었고, 남동생 크리스찬은 창녀 출신의 여자와 동거생활을 하면서 여러 번이나 경제적 도움을 요구해왔다. 막내 여동생 클라라는 아기 없는 결혼 생활을 하다 일찍 세상을 떠난다. 게다가 남국의 피가 섞여 있는 예술가 기질의 아내 게르다는 음악 이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자신의 뒤를 이어 가업을 물려받아야 할 아들 하노가 너무나 병약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여러 정황 때문에 토마스는 이미 신경이 매우 예민해진 심리 상태에서 가정, 회사, 시청에서의 소임들을 간신히 소화해내며 가문의 명예를 지키고 회사를 번창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러나 그의 심신에는 이미 쇠락의 징조가 찾아와 있었다. 토마스는 아들 하노에게 미래의 희망을 걸고 여러 가지를 가르치려 하지만 하노는 현실세계에 등을 돌리고 오페라와 음악의 몽환적 세계를 탐닉하는 한편, 학교 공부나 실제 대인관계에서는 무능에 가까운 유약성을 보인다.

현실적 행동 능력이 결여된 아들에게 더 이상 기대를 걸 수 없었던 토마스는 어느 날 대수롭지 않은 치통 끝에 진창길에 넘어져 세상을 떠나고, 얼마 가지 않아 병약한 제 4세대 하노도 티푸스를 앓다 죽게 된다. 하노의 죽음과 더불어 조금씩 나타났던 몰락의 징후들이 완결된다.

하노가 세상을 뜬 후, 부덴브로크 가에는 여자들만 쓸쓸히 남아 작별의 차를 마신다.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의 이 마지막 장면은 북부 독일 시민계급의 한 가문이 어떻게 그 허무한 종말을 맞이하는가를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 정리=한지은 기자

*본고는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인문강좌’(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안삼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여섯 번의 특강으로 살펴보는 독일문학, 그리고 우리’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발췌 수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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