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덕기
나는 물푸레나무
푸른 염색자료로 쓰이니
온 세상을 푸르게 푸르게
넓디 넓은 초원 가꾸어 가리
아득한 지평선 만들어 가리
내 구실은 휘어지는 기능
아이들 공부방 회초리 되어
장래가 총망한 영재들 기르리
이 나라 제2의 동량들 기르리
나는 타작마당 도리깨 되어
알곡을 쏘옥쏘옥 뽑아내
농가의 풍년가 드높이리
나는 휘어지는 기능도 있으니
테니스 라켓 되어
한국의 테니스 선수들을 길러내리
나는 이렇게 구실 많고 할 일 많아
푸른 꿈 일렁이는
청소년들의 가슴팍으로 서서
창조의 뜻 다하는
물풀레나무가 되리라
[이해와 감상]
물푸레나무에의 희망찬 리릴시즘 메시지
전덕기 시인의 「물푸레나무 구실」을 대하며 나는 문득 도이치의 명시인 에릿히 케스너가 떠올랐다. 그는 “시는 희망으로 넘치는 청소년에의 큰 용기(그릇)”라는 명언을 남겼다. “내 구실은 휘어지는 기능/ 아이들 공부방 회초리 되어/ 장래가 총망한 영재들 기르리/ 이 나라 제2의 동량들 기르리// 나는 타작마당 도리깨 되어/ 알곡을 쏘옥쏘옥 뽑아내/ 농가의 풍년가 드높이리”(제2~3연)는 이 땅의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에의 값진 메시지인 동시에 또한 오곡백과의 풍성한 수확의 ‘도리깨’ 구실을 하는 물푸레나무의 다양한 기능성을 찬미한다. 그와 동시에 이 작품은 소박한 일상을 통한 삶의 새로운 가치가 상징적 수법에 의해 깔끔하게 처리되고 있는 현대적 아포리즘 수법의 가편이라 하겠다.
전덕기는 새봄의 물푸레나무를 바라보며 이번에는 “나는 휘어지는 기능도 있으니/ 테니스 라켓 되어/ 한국의 테니스 선수들을 길러내리// 나는 이렇게 구실 많고 할 일 많아/ 푸른 꿈 일렁이는/ 청소년들의 가슴팍으로 서서/ 창조의 뜻 다하는/ 물풀레나무가 되리라”(제4~5연)고 희망찬 결의의 메시지를 릴리시즘의 서정 언어로서 매듭 짓는다.
/ 홍윤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