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토종의 메주콩을 골라 가마솥에 삶아내듯
알알이 겉도는 말들이
장작더미 가득 품고 온몸으로 끓어오르는 동안
알맞게 물러 부드럽고 풍부해지면
마음으로 찧고 또 찧어
매끌매끌 토닥토닥 어르고 다듬어서
거칠하고 순박한 정성으로 묶어
파랗고 높아 휘파람 같은 하늘과
솜털 살며시 솟아오르는 햇살에 버무려서
세상 그늘에 잊은 채 매달아 두면
몸속에서부터 견딜 수 없어
곰팡이의 애꿎은 모습으로 꽃이 피는 날
그날이 내 생일 날입니다
글이 시가 되고 시가 꽃이 되고
발효된 맛으로 태어난 기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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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감상]
힌국적 삶의 새로운 정서의 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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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21세기의 현대시는 이제 구시대의 진부한 낡은 시적 사고(詩的思考)의 틀을 과감하게 깨뜨리는 세련된 일상어에 의한 이미지의 심층 전환 수법이 새롭고, 풍자적인 메타포(metaphor)의 기교 또한 매우 뛰어나야만 한다는 한국 현대시의 가편(佳篇)이다.
/ 홍윤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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