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눈동자
노래하는 눈동자
  • 독서신문
  • 승인 2009.12.0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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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인생’과 ‘가짜 인생’ 사이의 진실게임
할머니의 죽음 보며 성장한 소년 이야기
▲ 노래하는 눈동자     © 독서신문
[독서신문] 강인해기자 = 하루는 어머니가 다시 태어난다면 당신은 남성으로 태어나겠노라고 혼잣말하는 것을 들었다. 빡빡하게 짜인 여성으로서의 인생이 힘에 겨웠는지 들릴 듯 말듯 작은 목소리로 내뱉은 어머니의 바람. 어머니의 모습 속에서 사람들은 지금 자신이 사는 인생과는 다른, 무엇인가 더 색다르고, 새로운 삶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과 현재 처해진 현실의 괴리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마치 사막에서 갈증이라는 괴로움을 느끼기에 오아시스라는 달콤한 환상을 더욱 강렬하게 찾아 헤매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바라는 것’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있기에 가능하고, 둘 중 어느 것이 진짜의 인생인지 판가름하기 위해서 우리는 평생을 성장해야한다.

『노래하는 눈동자』의 주인공 윌리엄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 그의 진짜 인생과 가짜 인생을 넘나드는 과정을 겪으면서 어른으로 성장한다. 이 책은 할머니의 죽음을 접하면서 진짜의 인생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는 소년의 모습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윌리엄은 자동차 핸들을 움켜쥐고 있었다. 밤하늘에 보이지 않는 어둠이 소용돌이치고, 길가에는 뻣뻣한 나뭇가지들이 무섭게 스쳐지나간다. 머리가 자꾸 어지러운데 옆 좌석에 앉은 할머니는 “더 빨리! 조금 더 빨리!”를 목청껏 외치며 윌리엄을 재촉한다. 시속 100km에서 또 한 번 가속 폐달을 밟으면서 커브 길을 달리자 브레이크는 말을 듣지 않고, 트럭은 대문 앞 우유탱크를 들이 받고서야 멈췄다.

꿈이라 하기엔 너무 생생했다. 다행이라 생각할 새도 없이 윌리엄에게는 꿈에서 벌어진 일보다 더 충격적인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할머니의 죽음이다.

윌리엄의 할머니는 평생을 고무줄 공장에서 일했고, 밴드에서 북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집과 숲 그리고 고무공장 외의 다른 곳은 다니지 않았다. 북을 쳤다는 이야기는 할머니가 원하는 진짜의 인생 속에 담아 놓은 가상의 모습, 즉 가짜 인생에 불과하다. 윌리엄은 일찌감치 할머니의 거짓말을 알았지만 북을 치는 할머니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기에 거짓말조차 믿어 왔다.

평생을 고무줄 공장에서 일하던 할머니의 삶과 로큰롤 그룹에서 북을 쳤던 할머니의 또 다른 삶 사이에서 진실을 찾는 소년. 세상을 떠나기 전 벌이 돼 다시 나타나겠다고 한 할머니의 말처럼 장례식을 앞두고 자신에게 찾아온 말벌을 보면서 그는 할머니가 꿈으로 이뤄낸 가짜의 인생과 진짜의 인생에 차이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가짜 인생을 통해 할머니 진짜 인생이 행복했고, 평생의 삶으로 일궈낸 진짜 인생을 통해 할머니의 가짜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졌음을 이해하게 된다.

작가는 소년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성장’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성장의 과정은 할머니에서 소년으로 소년에서 어린 동생 비올렛으로 이어지는 점층적인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할머니가 소중히 간직한 레코드판 앞면에 한 아가씨가 있다. 금발머리를 가진 할머니와는 달리 갈색머리를 하고 있는 그녀. 앨범 어디에도 할머니의 이름은 없다. 하지만 이 아가씨가 할머니가 아니라고 할 수 없는 이유. 그것은 이 책의 제목인 ‘노래하는 눈동자’처럼 앨범 속 아가씨와 할머니는 같은 ‘노래하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윌리엄은 이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할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 노래하는 눈동자
알렉스 쿠소 지음 / 여서진 그림 / 노영란 옮김 / 청어람주니어 펴냄 / 92쪽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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