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 발문(跋文)의 복원을 생각하며
[문화살롱] 발문(跋文)의 복원을 생각하며
  • 이재인
  • 승인 2009.10.2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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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인교수(한국문인인장박물관장·경기대 국문학과교수)     ©독서신문
[독서신문] 이재인교수 = 한 권의 책에 저자의 글만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 책의 앞이나 뒤에 발문이나 표사, 추천사가 붙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여 서구권은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도 그러하다. 이러한 일은 우리 선조들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선조들의 서책 가운데 그 책에 대한 서문이나 발문이 실려 있어 저자의 삶과 정신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저자보다 그 분야에 더욱 조예가 있거나 권위가 있는 사람, 이래 저래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이 그 역할을 맡을 때가 많다.

그리하여 발문이나 서문 집필자는 그 서책을 저술한 이와의 관계를 드러내 주기도 하는 자리·형식이 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저술한 사람의 글에 앞이나 뒤에 첨가되어 책의 출판을 경축하는 동시에 은근히 발문을 쓴 이와의 관계를 드러내는 일종의 과시 기능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이것이 책의 신뢰도를 높여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홍보용과 판매촉진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시집이나 소설집 등의 문학 창작집에는 맨 뒤에 평론이나 해설이 붙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형식의 글도 나름 모두 필요하고 좋은 기능의 측면도 있다. 그러나 책에 대한 너무 지나치게 어려운 해석이나 해설은 독자와 소통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읽는 이의 상상력에 족쇄를 채울 수도 있다. 특히 문학이나 예술에 잡다한 해설은 저자는 물론 독자를 잘못 이끌 수 있다고 하여 오영수 선생이나 황순원 선생 등은 자신의 책에 머리말이나 작가후기조차 쓰는 일을 삼갔다. 이는 독자의 상상력을 방해할 수 있음을 우려한 세심한 배려일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글의 형식이 자칫 주례사 비평으로 떨어져서 저자를 무조건 칭송하는 질 낮은 글로 떨어지기 쉽다는 데 있다. 하기야 책을 내는 저자의 글과 짝을 이루는 글에서 냉혹한 비평을 일삼거나 부정하는 글을 쓰기란 쉽지도 않고, 나아가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기는 하리라.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객관성을 가지고 책의 저자 보다는 독자를 생각하여 또 다른 관점에서 소개 내지는 평가를 해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 기다렸다는 듯이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책들 속에서 서문이나 발문이 품격 높게 자리한 책들을 보면 그냥 사고 싶은 충동이 인다. 우리의 발문 문화도 좀 더 격조있고 신뢰성 있는 자리를 갖추어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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