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기 가장 아름다운 소설 『트리스탄』
13세기 가장 아름다운 소설 『트리스탄』
  • 한주희 기자
  • 승인 2024.03.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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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의 『트리스탄』은 『파르치팔』과 더불어 독일의 2대 서사시로 꼽히며 중세 궁정 기사문학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기사문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영웅적인 기사와 귀부인의 아름답고 고귀한 사랑이 아닌 금지된 사랑, 불륜과 그리스도교 문화에서 비윤리적인 주제, 사기 결혼을 다룬다.

이 작품은 당시 기준으로 금기시된 연인들의 사랑을 사회적 관심사로 만들었다. 작품 곳곳에서 고트프리트가 피력하는 사랑론, 문학론, 정신분석학적 주석은 트리스탄 소재를 다룬 다른 작품들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그는 이를 통해 금지된 사랑 이야기를 ‘육체의 본성’과 ‘도덕으로서 명예’에 대한 성찰로 승화시켰다.

“사랑은 타고난 지배자였기에 그는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트리스탄』은 발표 당시, 고차원적인 언어 예술과 뛰어난 미학적 작품 구성으로 라틴어 문화로 대변되는 식자층이나 이런 문화를 모범으로 삼던 작가들에게는 큰 호평을 받았지만 비윤리적인 내용으로 인해 그리스도교 문화에 살던 청중에게는 거부당했다.

하지만 중세에 걸쳐서는 광범위하게 수용됐으며, 고트프리트의 문체와 언어 예술은 동시대와 후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중세 이후에도 여러 작가, 조형 예술가, 작곡가가 이 작품을 소재로 다루었다.

특히 18세기 낭만주의 작가들은 『트리스탄』의 주요 장면과 모티브인 신의 심판, 추방, 사랑론을 새로 구성하거나 재가공하는 방식으로 활용했다. 이중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1865)는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는 예술 작품이다.

『트리스탄』은 비록 미완의 작품이긴 하나 정제되고 아름다운 형식을 보여준다. 내용의 측면에서도 사랑의 ‘행복과 고통’이라는 정반의 대립 구조와 여기서 도출되는 대칭적 병렬 구조를 통해 다층적이고 복잡한 상징을 내포한다.

또한 동시대 및 옛 민중어로 쓰인 문학뿐만 아니라 고대 라틴어로 쓴 고전, 종교문학으로부터 받은 영향들을 재가공하여 시적으로 독자적이고 통일된 틀을 만들고, 그 안에 다의적이고도 비극적인 연애 소설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그들의 삶을 읽고, 그들의 죽음을 읽습니다. 그것은 양식처럼 우리에게 감미롭습니다. 그들의 삶, 그들의 죽음이 우리의 양식이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그들의 삶이 살아 있고, 그들의 죽음이 살아 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살아 있으며, 동시에 죽어 있습니다. 그들의 죽음은 살아 있는 이의 양식인 것입니다.”

13세기의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 불리는 『트리스탄』은 몇백 년 동안 세계문학의 소재가 된 중세 유럽의 고전이 지닌 가치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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