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여! 교보·알라딘·예스24를 뛰어넘어라
출판사여! 교보·알라딘·예스24를 뛰어넘어라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5.1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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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서점의 시대가 저물고, 독자들이 가장 먼저 책을 만나는 곳은 온라인서점이 된 지 오래다. 이제 사람들은 ‘책’ 하면 개별 출판사보다는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같은 대형 온라인서점의 이름을 떠올린다. 소매 유통망을 장악한 대형 온라인서점들은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도서를 추천하는 알고리즘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이용자를 더욱 강력하게 사로잡고 있다. 대형 온라인서점은 출판사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하지만, 출판사 입장에서 대형 온라인서점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현상에는 위험이 따른다. 책 『도서 전쟁』은 세계 최대 온라인서점인 아마존이 시장을 지배하는 미국의 사례를 들며 그 위험성을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미국 출판업계는 아마존의 시장 지배력에 상당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 독자가 책을 우연히 발견할 기회가 오프라인 서점에서보다 훨씬 줄었기 때문이다. 독자가 어떤 책을 만나게 되는가는 전적으로 아마존이 운영하는 알고리즘에 달려 있다. 책에서는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시야가 칠흑 같은 어둠 속 손전등과 같다고 설명한다. “손전등을 켜면 바로 눈앞에 있는 것만 볼 수 있어서 (…) 수백만 권의 다른 책은 암흑 속에 빠져 있게 된다”는 것이다. 손전등을 어디에 켤지 결정하는 것은 물론 아마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마존처럼 단일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형태는 아니지만,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디지털 시대의 출판사들은 알고리즘에서 배제되어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지 않도록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지금까지 대형 온라인서점이라는 중개상에게 맡겨 두었던 독자들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야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 소개된 미국의 한 출판사는 인기 작가의 정보와 신간 소식 등을 전하는 메일링 서비스를 도입하고, 광고와 경품 행사를 하며 적극적으로 구독자를 모았다. 사람들은 경품을 받기 위해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를 알려 주었다. 메일링은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독자들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국내에도 대형 온라인서점에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출판사들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유유]

주로 공부 책 시리즈를 만들어 온 유유 출판사는 최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을 통해 월 정기구독의 형태로 신간을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3개월 동안 서비스되는 첫 프로젝트에 199명의 구독자가 모였다. 이들에게는 매달 새로운 주제의 공부 책과 함께 전자책 구독권, 전문가의 읽기 가이드, 편집자의 편지, 온라인 북 토크 초대권 등의 리워드가 발송된다. 유유 출판사는 홈페이지 등 자체 채널을 통해 분기마다 구독자를 모집하며 서비스를 확장해 갈 예정이다. 민음사, 문학동네 등 출판사도 유료 멤버십(북클럽) 회원에게 정기적으로 추천 도서를 제공하고 있지만, 출판사가 매달 신간을 보내 주는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 유유 출판사 관계자는 독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서비스를 계기로 출판사에 애정을 가진 독자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독자들의 니즈를 출간 방향에 반영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사진=은행나무]

올해 초 현대 여성 작가 위주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에세’(ESSE)를 선보인 은행나무 출판사도 ‘카카오 구독ON’을 통해 신간 정기구독 서비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은행나무 출판사 관계자는 “자사의 책에 관심 있는 독자가 매번 별도의 결제를 거치지 않고,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책을 받아 볼 수 있도록 구독 서비스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은행나무 출판사는 서점에서 판매하는 일반 도서와 표지가 다른 구독자 전용 에디션도 준비하고 있다. 출판사가 서점을 통하지 않고 독자에게 직접 책을 판매할 수 있다면, 출판사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고, 독자는 출판사의 고객으로서 보다 큰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현재로서는 출판사가 대형 온라인서점을 거치지 않고 완전히 자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지금까지 대형 온라인서점에만 의존했던 출판사들이 직접 독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고무적인 변화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앞으로 출판사가 (대형 소매업체 없이) 독자에 1:1 방식으로 책을 판매하는 형태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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