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물들의 위선 꼬집은 전하영, 젊은작가상 대상
먹물들의 위선 꼬집은 전하영, 젊은작가상 대상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4.13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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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영 작가 [사진=문학동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문학동네에서 주관하는 2021년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발간됐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젊은작가상은 한 해 동안 발표된 등단 10년 이하 작가들의 중단편소설 중에서 일곱 편을 선정해 시상해오고 있다. 일곱 편의 수상작들 중 전하영 작가(41)의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가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전 작가는 2019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수상작은 지식인들의 위선과 젠더에 관한 문제 등을 예리하게 꼬집는다.

소설은 연구소 계약직 직원으로 일하는 여성인 ‘나’가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대학시절을 떠올리며 시작한다. ‘나’가 대학시절에 만난 강사 ‘장 피에르’는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는 “학생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했지만 권위적인 교수들과 싸우고 다니기로 유명”(21쪽)했다. 과거 열혈운동권 학생이었던 그는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유학했다. 기성세대에 저항하는 돈 많은 젊은 남성 지식인의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피에르는 “강사나 교수라기보다는 영원히 졸업하지 않으리라 결심한 나이 많은 학생”(20쪽)과도 같은 묘한 매력을 풍겼다. 큰 키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니고 있으며 특유의 소년미를 뽐내는 그에게 ‘나’를 비롯한 모든 학생들이 매료되었다.

피에르는 ‘나’의 절친한 친구인 ‘연수’를 좋아했다. 마지막 수업 뒤풀이에서 그는 연수의 무릎과 허벅지에 손을 갖다 댔고, 술에 취한 ‘나’는 그 광경을 어렴풋이 기억한다. 이후 ‘나’는 교수직에 오른 피에르가 어린 여제자들을 성추행했고, “또 다른 ‘애제자’에게는 그녀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조교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편법을 써서 다른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았다”(49쪽)는 추문을 듣게 된다. 하지만 동료들은 피에르가 얼마나 훌륭한 선생인지 변호했고, 그가 대학 때 써 화제가 되었던 “(혁명과 지성 운운하는) 선언서가 역사를 뚫고 나와 다시금 공유”(49쪽)되는 등 그는 여전히 지식인으로서 “안정적인 삶”(49쪽)을 살아간다.

‘나’가 이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이유는 현재 같은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유부남 박사인 ‘그’와 친해지면서다. ‘그’는 커피를 좋아하고, 건축과 관련한 에세이집도 펴낸 적이 있으며, 적당한 인문학적 지식을 갖춘 매력적인 남자다. ‘나’는 ‘그’와 함께 자주 담배를 피우면서 연구소 꼰대들에 관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진다. ‘그’는 어느 날 “스물한 살짜리를 유혹하는 건 정말 쉬운 일”(13쪽)이라고 중얼거렸고, ‘나’는 ‘그’에게 학부생 애인이 있다는 소문을 떠올린다. 그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기시감에 휩싸이는데, ‘그’에게서 불현듯 피에르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설은 ‘장 피에르’와 ‘그’를 통해 최근 한국 사회의 뜨거운 이슈인 비정규직, 젠더 그리고 지식인들의 위선과 허위의식 등의 키워드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형상화한다. 특히 ‘나’가 대학시절 연수를 좋아했던 것인지 장 피에르를 좋아했던 것인지 혼란스러워하는 대목과 연구소 출입구에서 유부남 박사인 ‘그’를 만나러 온 것 같은 학부생 애인이 실은 묘령의 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대목을 삽입하면서 이성애중심주의에 균열을 가한다. 이에 대해 강지희 문학평론가는 “새로운 예술사가 쓰이기 시작한 분기점에서, 이 소설은 젊은작가상 대상의 자리에 충분히 값을 한다”고 평했다.

젊은작가상은 한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하되 젊은 작가들을 조명하고 격려하는 취지에서 일곱 편 모두를 수상작으로 보고 우수상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는다. 수상자들에게는 상금 각 700만원과 트로피가 수여된다. 문학동네는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수상작품집의 인세(10%)가 상금을 상회할 경우 초과분에 대한 인세를 수상자에게 똑같이 나눠 지급한다”고 밝혔다. 젊은작가상 수상작은 다음과 같다.

전하영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대상)
김멜라 「나뭇잎이 마르고」
김지연 「사랑하는 일」
김혜진 「목화맨션」
박서련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서이제 「0%를 향하여」
한정현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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