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쉬운 위로는 상처를 줄 수 있다.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심정을 알지 못한 채 건네는 위로의 말은 오히려 건네지 않는 것만도 못하다. 작은 위로라도 건넬 수 있으려면 그 사람을 오래 들여다보아야 한다. 소설 『시간을 건너는 집』은 상처받은 이들이 위로를 주고받으며 회복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 소설에는 4명의 청소년이 등장한다. 어머니가 말기 암을 앓고 있는 선미, 학교 폭력 피해자 자영, 자신이 사이코패스라고 믿는 이수, 그리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완벽한 상황에서 살고 있는 강민이다. 이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신비한 집에 모인다. 그 집에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문 중 하나를 통해 그 시간으로 건너갈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어느 시간으로 갈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과거에 미련이 남는 선미라면 과거로, 현재가 너무 괴로운 자영이라면 미래로 가는 선택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시간의 집에 머무르면서 자연스레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이들은 선택을 내린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인 자영은 선미와 강민에게 용기를 얻고 현재를 택한다. 이수는 자영을 괴롭히는 학생에게 상해를 입혀 소년원에 가기도 한다. 작가는 인물이 단순히 현재의 삶을 인정하며 살기로 하거나 문제를 회피하고자 다른 시간을 선택하는 뻔한 클리셰를 벗어난다. 설령 현재를 선택하더라도 그 나름의 상황과 인물의 생각이 이야기의 설득력을 더한다. 자신만의 삶을 고민하며 시간을 선택하려던 이들은 서로를 위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김하연의 장편소설 『시간을 건너는 집』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선택의 의미를 고민하는 소설이다. 어떤 선택에 크나큰 아픔이 있더라도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과정에서 우리 곁에 있는 누군가를 통해 위로 받을 수 있다고 소설은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마지막 장에 있는 작가의 창작노트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통해 우리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어떤 고난 속에서도 사람은 사람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길에는 꼭 그런 사람이 함께하기를” <247쪽>
『시간을 건너는 집』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펴냄 | 248쪽 | 12,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