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그런가 하면 이 모든 것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관점도 꾸준히 지속된다. “머니랜드는 세계화의 대가일 뿐이며, 부유한 나라에는 물론이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역외 피난처들 모두에게도 순이익이야. 그래, 세계의 상당 부분이 정치가로 자처하는 탐욕스러운 악당들에게 약탈당하고 있는 것은 맞아. 그래, 부유한 사람들이 정교한 역외 구조물을 통해서 세금을 최소화하는 것도 맞아. 하지만 머니랜드인이 자기 돈을 우리나라에서 소비하는 한, 우리는 승리할 수 있어. (중략)
투기적인 돈을 각국의 국경 안에 가둬 두려던 브레턴우즈의 참석자들의 꿈은 죽어 버리고 말았다. 세계화가 이뤄져 지속 중인 상황에서, 우리는 그들이 확인했던 문제들에 대한 다른 해결책을 반드시 모색해야 한다. 설령 우리가 세계화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그 어두운 측면조차도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어두운 측면이란, 우리의 정치와 경제와 주요 제도를 기웃거리는 대량의 익명 자금이다. 역외에 관한 간단한 사실은, 그것이 어디까지나 사람들이 역내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도록 허락하기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역외 구조물은 사람들이 자기 돈의 소유권을 숨기도록 허락해주며, 이렇게 할 경우에는 남들 앞에 부끄러운 뭔가를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하며, 다른 모든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그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한 모든 노력은 반갑지만, 지금까지의 문제는 그런 노력들이 모두 부분적이었을 뿐이고, 이른바 돈은 국제적인 반면에 법은 그렇지 못하다는 머니랜드의 근본 원인을 공략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법관할구역에서 허락하지 않는 일을 일부 사법관할구역이 허락할 경우, 머니랜드의 문지기들은 불일치를 이용할 길을 항상 찾아낼 것이다. <377~389쪽>
『머니랜드』
올리버 벌로 글│박중서 옮김│북트리거 펴냄│448쪽│1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