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이혼율, 부부싸움이 법정 다툼이 되지 않으려면
높아지는 이혼율, 부부싸움이 법정 다툼이 되지 않으려면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7.22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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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혹자는 서로 욕하고 싸우지 않는 부부 관계가 가장 위험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부부 사이의 정이 더 돈독해진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하지만 듣기 좋은 욕이 없고 맞기 좋은 매가 없는 법이라 싸우다 보면 사람의 극단적인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싸울 때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격 중에서 가장 비루하고 어두운 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 중국 작가 성커이의 『중독』 中

부부싸움은 날카롭고 뾰족하다. 대개의 부부싸움은 연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개 서운함이 이유인) 사랑싸움 수준을 넘어 (재정·양가 부모·육아 등) 현실 문제를 두고 벌이는 살벌한 전쟁이다. 상대의 연약한 구석을 잘 아는 만큼 융단폭격보다는 조준 사격이 주를 이루고, 총알(상처 되는 말)을 주고받다 보면 결국엔 모두가 패자다. 그나마 집안싸움으로 끝나면 다행. 그중 일부는 법정 싸움(이혼 소송)으로 번지기도 하는데, 그렇게 최근 3년 이혼율은 2017년 10만6,000건, 2018년 10만9,000건, 2019년 11만1,000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상대가 너무 좋아서, 평생을 함께해도 좋겠다는 결심으로 한 결혼이지만, 왜 부부싸움을 하고, 상대에게 분노하게 되는 걸까? 전문가들은 결혼에 관한 판타지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김용태 한국심리치료상담학회 회장은 책 『부부 같이 사는 게 기적입니다』에서 “살면서 갖지 못했던 것, 부족했던 것을 찾아 사랑에 빠진다. 나만 바라봐주는 멋진 남자친구, 예쁜 여자친구는 나를 완전하고 온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실생활에 들어오면 데이트 때 좋았던 판타지의 힘이 약해진다. 결핍 때문에 생겼던 판타지보다 그동안 내가 익숙하게 살아왔던 내 삶의 스타일이 훨씬 비중이 커지고, 상대에게도 그걸 요구하게 된다. 그래서 결혼하면 연애할 때와 다른 것이 요구되고 갈등이 생긴다. ‘결혼하니 변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라고 말한다. 혹자는 이를 콩깍지가 벗겨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챙겨야 할 사람이 늘어난 것도 다툼의 원인 중 하나다. 연애할 때는 상대와 나, 오롯이 둘만을 생각하면 됐지만, 결혼 후에는 양가 집안 식구들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각 가정 고유의 문화가 충돌해 다툼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심한 경우 고부(장서)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대개 옳고 그름보다는 다름의 문제인데, 그 다름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여자는 “고부 관계는 깨질 수 있지만, 모자 관계는 끊기지 않으니 시댁과의 관계에서 악역은 남자가 맡는 게 맞다”고 주장하지만, 남자는 (극단적 사례지만) “어머니는 한 분밖에 없지만, 아내는 또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어머니를 두둔하면서 다툼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다카쿠사기 하루미 부부 문제 전문 상담사는 책 『당신도 내 맘 좀 알아주면 좋겠어』에서 “정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남성이 마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남성에게 어머니는 이상적인 여성이자 영원한 사랑”이라며 “결혼을 하고서도 누군가의 아들딸이라는 입장을 우선시한다면 지속적인 부부 갈등의 원인이 된다. (지금껏) 남자 스스로 ‘자신이 마마보이인 것 같다’며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경우는 없었다. (마마보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 신혼집의 여벌 열쇠를 어머니에게 건네주는 것이 아내에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를 깨닫지 못한다면 전형적인 마더 콤플렉스라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럼 결혼 판타지도 깨지고, 시댁·친가의 개입도 정리한 부부가 서로의 문제를 해결할 때 조심할 점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현재에 초점을 맞추라고 충고한다. 최성애 HD행복연구소 소장은 책 『부부 사이에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에서 “심리학에서 한때는 ‘감정을 억누르는 게 만병의 근원’이라는 설이 지배적이어서 ‘억압을 풀어라. 감정을 분출하라. 화가 나면 욕도 하고 물건도 집어 던져라’하는 게 일종의 치료법으로 쓰인 적이 있지만, 이는 반짝 효과는 있을지언정 오히려 큰 화를 일으키는 경우가 더 많고 위험해 요즘은 그런 방식을 안 쓴다”며 “최신 치료 방법은 예전처럼 ‘과거에 누가 뭘 잘못했는가’를 캐내려 하지 않고 ‘지금 바로’ ‘무엇을 할까’에 초점을 둔다. 극심한 성격 장애자가 아니라면 ‘현재 무엇을 할까’에 초점을 둘 때 우울증에 빠지지도 않고, 위기 극복을 훨씬 효과적으로 한다는 게 수많은 임상을 통해 검증됐다”고 조언한다. 누가 원인을 제공했고, 누가 옳고 그른지를 떠나 두 사람이 현재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중요하다는 말.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의 만남은 어쩌면 소와 사자의 결혼일 수 있다. 한쪽은 열심히 풀을 뜯어 상대에게 주고, 다른 한쪽은 열심히 사냥해 고기를 주고는 성의를 몰라주는 상대에게 “왜 너는 내 마음 같지 않냐” “너 같은 건 처음 본다”고 투정하는 것처럼. 고대 그리스 희극작가 메난드로스는 “마음을 자극하는 단 하나의 영약, 그것은 진심에서 나오는 배려”라고 했다. 좋은 부부 관계에 관한 조언을 책으로 묶으면 그 양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도 남겠지만, 핵심은 간명하다. 그 모든 근간에 배려가 자리한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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