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자유여행가 박성기의 로드 에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20년 전 남한강 걷기를 통해 처음 길에 눈뜨던 시절부터 계절마다 두발로 뚜벅뚜벅 거닐었던 이 땅의 산길, 바닷길, 섬길, 숲길, 강길, 고갯길에 관한 진면목을 담았다.
이 책은 저자의 여행 기록이자, 여행을 통한 사유의 흔적이다. 그가 걷고 느끼고 감동한 35곳의 아름다운 우리길에는 저자의 내면의 소리와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자연풍광이 어우려진다. 그의 글에는 걷는 자의 자유와 희망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아픈 역사로 남은 근대문화유적 - 전북 군산 시간여행. 역사는 아픈 대로 간직해야만 한다. 군산을 걸으면서 가득했던 근대문화유적들은 바라보기만 해도 불편했다. 하지만 그대로의 모습으로 재현한 군산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 또한 우리의 지나온 역사이기에 다독이고 다시는 재현해선 안 될 교훈으로 간직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164~165쪽>
한국의 차마고도를 찾아서 - 강원 정선 새비재 가는 길. 탄광이던 검은 흔적은 전설이 돼 아득해져 간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엔 지나온 시간만큼 나무들이 웃자라 키재기를 하는 곳. 수천수만 년 태초의 산들이, 산 넘어 또 산 넘어 산들이 짓쳐 달린다. <174~175쪽>
아름다운 무늬로 남은 바람의 전설 - 충남 보령 신두리 해안사구. 태곳적부터 바람은 이렇게 모래를 실어 날랐다. 수많은 시간 동안 바다와 육지 사이에 거대한 중간지대 모래언덕을 만들었다. 기껏 백 년의 세월도 못사는 인간의 시간으로는 가늠할 수가 없을 오랜 동안 이렇게 만들어진 곳이 신두리 해안사구다. <230~231쪽>
눈꽃 길에 새겨진 바람의 무늬 - 강원 강릉 대관령 눈꽃마을길. 명징한 하늘은 새하얀 솜털을 뿌리면서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눈앞에 보이는 산은 넓은 목초지가 됐다. 목초지 풀은 바람의 길을 따라 이리 저리 스삭이며 요란하게 휘날렸다. 길섶 억새는 거센 바람에도 고개를 숙이면서도 부러지지 않았다. <256~257쪽>
『걷는 자의 기쁨』
박성기 지음│마인드큐브 펴냄│388쪽│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