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유통통합시스템, ‘책 읽는 대한민국’ 이뤄낼 수 있을까?
출판유통통합시스템, ‘책 읽는 대한민국’ 이뤄낼 수 있을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6.23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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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판유통통합전산망 홈페이지]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영화관에서 상영된 영화의 티켓 판매량을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관련 데이터를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어떤 책이 몇권 팔렸는지 알아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소 동네 서점을 포괄하는 집계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출판사 차원에서 출고량에서 반품량을 뺀 순출고량을 파악할 뿐 최종소비자에게 몇권이 팔렸는지는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중심축 없이 각 출판 주체가 ‘각자도생’하다 보니 메타데이터(100여가지의 도서 정보) 공유도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마련된 방안이 ‘출판유통통합시스템’이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한국출판진흥원(진흥원)이 약 45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책의 생산·유통·판매를 통합 관리하겠다는 것. 2018년에 시작해 내년 말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체부와 진흥원은 해당 시스템 마련이 출판시장 구조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판유통통합시스템이 중앙 데이터 허브 역할을 감당할 경우 도서 정보 거래 건수를 1,200배가량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진흥원의 설명. 진흥원 측은 출판사가 신간 도서의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을 신청하는 한편 에이전시를 통해 메타데이터를 시스템에 입력하면 문체부 등 정부 기관, 서점, 유통사, 도서관(납품처) 등에 정보가 자동 전달되고, 거래에 따른 판매액(양) 통계도 기간별(월별, 분기별, 연도별)로 확인할 수 있다고 출판유통통합시스템을 소개했다.

현재 개발 중인 메타데이터 항목은 약 93개로 그중 필수항목은 ISBN, 메인주제어, 키워드 등 30개다. 문체부와 진흥원 측은 출판유통통합시스템을 통한 메타데이터의 유통이 도서 판매 증대 효과를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닐슨 조사에 따르면 도서 주제어, 키워드 등 다양한 도서 정보를 포함한 메타데이터가 자세할수록 판매량이 높게 측정됐는데, 특히 소설 부문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2016년 영국에서 매출이 높은 책 10만 건의 판매량을 1년간 측정한 결과 메타데이터 완성도가 높을 때의 판매량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약 2.7배 높았고, ‘시기 적절성’(출간 16주 전 제공)을 맞췄을 때는 4.1배가량 높게 측정됐다. 미국에서 도서 10만종의 판매를 1년간 조사한 결과에서도 메타데이터 완성도가 높을 때 판매량이 2.7배가량(소설 부문) 높게 나타났다. 메타데이터는 보통 온라인 주문에서 이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의 온라인 판매 점유율은 약 60%로, 미국(45%)보다 높아 효과는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출판유통통합시스템 구축은 시스템을 개발(1단계)한 후, 시스템을 고도화(2단계)하고, 적용 후 지원(3단계)하는 총 3단계로 구성되며 현재 2단계가 이뤄지고 있다. 출판유통통합시스템 구축을 위한 출판유통정보화위원회에는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대형서점(교보문고), 온라인서점(예스24), 출판도매상(북센), 국립중앙도서관, 문화체육관광부가 참여해 힘을 모으고 있다. 시범운영은 오는 7월 1일부터 9월 11일까지 약 70일간 진행되며, 시범운영에는 ▲김영사 ▲다산북스 ▲길벗 ▲돌베개 ▲문학과지성사 ▲미디어창비 ▲학지사 ▲휴머니스트 ▲흐름출판 등 스물세 개 출판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린 ‘출판유통통합시스템 구축(2단계) 시범운영 참여출판사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이중호 프로젝트 사업관리 태스크포스 단장(한국출판콘텐츠 대표)은 “미국·영국·독일 등은 이미 10년 전부터 출판단체와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정보교환 표준 활성화 및 도서 판매 데이터와 독자 데이터 고도화를 통한 스마트 출판물 공급체인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수천 개에 달하는 서점·출판사가 신간 등 정보공유를 할 때 유통사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이나 이메일 보도자료를 일일이 보내는 고비용·저효율 정보 교환 방식”이라며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을 구축해 시스템이 중앙 데이터 허브 역할을 감당하면 도서 정보를 간편하게 교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국내 출판산업을 아우르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출판계 모두의 참여가 필요한데, 이해관계에 따라 참여에 소극적인 출판사와 유통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출판사는 도서 판매량의 투명한 공개를 반기지만, 작가에게 인세 지급을 정확히 하지 않는 일부 출판사와 이미 도서 판매정보 확보에서 우위를 점한 대형 유통사·온라인서점의 경우 모두가 평등하게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을 달갑지 않아 한다는 후문이 들려온다.

이와 관련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출판유통통합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 다만 정작 중요한 유통회사는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해도 소극적으로) 눈치만 보고 있다”며 “진흥원은 대다수 업무를 외주로 진행하는 편인데, 이번 시스템 마련에서 중요한 건 이해당사자들의 통합이다. 그건 외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진흥원이 그런 역할에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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