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건 무조건 조선족?... ‘손쉬운 혐오’의 함정
나쁜 건 무조건 조선족?... ‘손쉬운 혐오’의 함정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6.18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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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 기사 댓글 캡처]
[사진=네이버 기사 댓글 캡처]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조선족들이 저런 짓 잘하지.”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의 한 아파트 벽 뒤에서 숨겨놓은 인테리어 폐기물이 대량 발견됐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폐기물 처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내벽 마감재 뒤에 폐기물을 숨겨놓은 것으로, 이전 인테리어 업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상황이었지만, 비난의 화살은 애먼 중국 동포에게로 향했다.

해당 기사 밑에는 “조선족들이 저런 짓 잘하지”란 댓글을 시작으로 혐오의 말들이 쏟아졌고, 그런 댓글의 ‘좋아요’ 추천 수는 ‘싫어요’를 크게 앞질렀다. 누군가 “저건 인테리어 사장이 한 거야(중국 동포가 한 게 아니야)”라고 반박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인테리어 업체 한국 사장 놈이 조선족 인부를 시켜서 한 짓이겠지” “일용직 대부분이 조선족이니까 말하는 거잖아요”라고 되받았다. “솔직히 저거랑 조선족이랑 뭔 상관이야?” “조선족들 죄다 말단 인부인데 저런 걸 어떻게 결정해” “이거 보고 조선족을 떠올리는 조선인들 클라스... 진정한 차별의 대가” 등 중국 동포를 두둔하는 내용이 가끔 눈에 띄었지만, 혐오 댓글이 대다수였고, 그중 “저게 조선족이 한 짓이 아니더라도 조선족들은 우리나라에 도움 안 되는 존재라는 건 사실임”이란 댓글의 ‘좋아요’ 수는 ‘싫어요’ 수의 세 배를 넘어섰다.

중국 동포를 향한 혐오의 시선이 본격화된 건 ‘오원춘 사건’(토막살해 범죄)이 발생한 2012년으로 추정된다. 그전에도 중국 동포를 얕보는 경향이 없지 않았지만, 해당 사건을 기점으로 범죄자라는 허물이 덧씌워지면서 ‘나쁜 존재’라는 인식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이런 부정적 시선은 올해 초 이른바 ‘차이나게이트’를 촉발하기도 했다. 다수의 중국 동포가 국내 인터넷 여론을 조작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지난 2월 극우성향 커뮤니티인 ‘일간 베스트 저장소’(일베)에 자신을 중국 동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조선족이 중국 공산당의 지시를 받아 친정부 성향 글을 올린다. 문재인을 응원하는 것은 거의 100% 조선족(이다)”이라며 “비밀로 하려다 진실을 모르고 평생 살아야 하는 한국인이 안쓰러워 밝힌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근거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었지만, 정치권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제21대 총선(지난 4월 15일)을 앞둔 상황에서 당시 통합민주당은 해당 의혹을 ‘심각한 문제’로 간주해 검찰에 고발했고, 온라인상에서는 중국 동포를 향한 혐오적 표현이 줄을 이었다. 이때부터 정부·여당에 지지하는 댓글은 중국 동포의 ‘선동’으로 치부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온라인상의 여론조작은 정말 중국 동포에 의해 이뤄졌을까? 수사기관의 결과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허황된 일방적 주장이라는 게 중론이다. 일부 종합편성방송은 지난 2월 26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님을 응원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이 이틀 만에 100만명의 동의를 얻은 정황 등을 근거로 차이나게이트가 사실에 가까운 듯 보도했지만, 청와대가 밝힌 청와대 홈페이지 방문 비율 중 중국발 접속은 0.06%. 이 외에 차이나게이트의 사실성을 뒷받침하는 근거 대다수가 ‘의혹’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내용을 다룬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은 의혹 ‘검증’이 아닌 의혹 ‘나열’을 통해 허위사실을 사실로 인지하도록 부추겼다는 비판에 휩싸였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징계를 받았다.

그렇다면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외한 인터넷 여론에는 차이나게이트의 영향이 미쳤을까? 네이버가 밝힌 바에 따르면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네이버는 ‘본인 확인제’(본인 인증을 해야만 댓글 권한 부여)를 시행함에 따라 보다 정확한 접속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었는데, 네이버는 “포털 뉴스 댓글 통계를 살펴보면 해외에서 댓글을 작성한 비중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4월 13일 하루 동안 네이버에 달린 댓글은 44만9,816개로 그중 97.4%가 국내에서 작성된 건이었고, 해외 비중은 2.6%, 그중 중국 비중은 0.41%에 불과했다.

전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Diaspora/‘흩어진 사람’이란 뜻의 그리스어) 중 유독 천대받는 중국 동포. 홍재희 영화감독은 책 『그건 혐오예요』에서 “일제 치하에서 농토를 빼앗기고 일자리를 잃어 살길이 막막해진 조선인들은 유랑민으로 떠돌고, 만주로 시베리아로 이주했다. 그들의 후손이 현재 조선족이다. 식민지 조국의 해방을 위해서든,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든, 더 나은 기회를 잡고 싶어서든, 그렇게 많은 한국인이 여기가 아닌 저기 어딘가에서 살기 위해서 이주를 감행했다. 그리고 이를 국가 차원에서 장려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말한다. 이어 “미국·서유럽 교포는 환대해도 중국·러시아 교포는 차별(한다). 혐오 심리, 즉 타인을 나와 차별하고 싶은 마음, 권력 관계로 차등을 두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아마도 인간 내면에 내재돼 있는 속성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을 차별하고 혐오하고 싶은 마음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 즉 윤리 의식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타인과 내가 다르지 않다는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국 내 인종차별 시위 과정에서 동포들이 동양인이란 이유로 비난당하고 폭행당하는 상황에 대다수 사람은 분노한다. 사람을 ‘특정 집단’으로 묶어 부정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그런데 유독 중국 동포를 향한 비난은 왜 그리 쉽게 용납되는 것일까? 정작 혐오해야 할 건 그럼 혐오의 감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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