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의 가난은 당연? 예술인도 엄연한 ‘직업’입니다
예술인의 가난은 당연? 예술인도 엄연한 ‘직업’입니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5.13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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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을 맞아 진행한 대국민 특별연설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를 공식화했다. 고용보험제도란 실직한 근로자의 생계안정을 위해 국가가 일정기간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실업자의 재취업과 실업예방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들을 시행하는 사회보험의 하나이다. 현재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체 취업자의 절반 수준으로 영세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직(특고), 프리랜서 등은 고용보험제도의 울타리 밖에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코로나 위기는 여전히 취약한 우리의 고용 안전망을 더욱 튼튼히 구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바로 다음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를 위한 첫 단계로 내년부터 학습지 교사와 같은 특고 종사자와 예술인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고용노동 위기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우선 그간 사회적 논의를 거친 특고 종사자, 예술인 등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특고 종사자와 예술인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장관은 “올해 중 관련법 개정을 마무리해 특고, 플랫폼 노동자 및 예술인들이 내년부터는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19년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2018년 기준, 격년조사)에 따르면 예술인들이 순수하게 예술활동으로만 벌어들인 수익은 128.2만원으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예술산업의 규모는 갈수록 커지는데 예술인들의 고용 생태계는 여전히 열악한 상황. 세계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고, 방탄소년단 등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활약이 국가의 위상을 드높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제 예술인들의 고용 복지 문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국가적 과제가 됐다.

책 『예술인 복지에서 삶의 향유로』의 저자 이범헌은 전체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위해서라도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의 고용 복지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개개인의 일상의 삶과 같이 구체적이고 작은 것에서부터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큰 것까지, 문화예술이 갖는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며 “(이에 따라) 문화예술정책을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서 국가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그리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창작자인 예술인들의 복지가 달라지는, 그런 현실 앞에 우리는 서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예술인들을 위한 국가의 복지 정책과 함께 예술인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흔히들 말한다. 국민화가 박수근도 백내장 때문에 한 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했지만 수술비가 없어 평생 그렇게 살았노라고. 이중섭도 영양실조로 사망할 정도였고 세계적인 거장 반 고흐마저 생존 당시에는 그림이 거의 팔리지 않아 평생을 동생의 도움으로 근근이 살았노라고. 그래서 예술가의 가난은 당연하다는 것인가?”라고 질문한다.

“그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

2011년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사망 전 옆집 문에 붙여놓은 쪽지 내용이다. 최씨가 극심한 생활고 끝에 숨진 이후, 국회는 그제야 ‘예술인 복지법’(최고은 법 : 예술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2012년 11월 18일부터 시행된 법)을 제정해 악화된 여론을 달랬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연극배우 김운하, 독립영화 배우 판영진씨가 가난을 비관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예술인들까지 합하면 이런 안타까운 죽음은 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는 네덜란드 경제학자 한스 애빙 교수의 책 『왜 예술가는 가난해야 할까』를 인용,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술가들이 터무니없이 낮은 보수를 감내하면서 예술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사고방식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우리사회가 예술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예술가들이 우리사회의 정신적, 심미적 가치를 위해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술인의 사회적 역할을 인정하고, 그들의 궁핍한 삶에 우리 모두가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 예술인들을 위한 첫 번째 복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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