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 『서恕, 인간의 징검다리』
[리뷰]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 『서恕, 인간의 징검다리』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4.26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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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사람이 평생토록 실천할 만한 행동 원칙을 한마디로 이르면 무엇입니까” 자공의 질문에 공자가 대답했다. “그것은 서恕다.” 공자는 서의 의미를 이렇게 부연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

이 책에는 10여 년 동안 유학의 대표 개념인 ‘서恕’를 탐구한 저자의 치열한 사유의 결과물이 담겼다. 저자는 ‘서’를 통해 나와 타자를 넘어 ‘우리’로 확장하는 윤리학적 차원, 그리고 본성론과 형이상학을 넘어 현실에 밀착하는 현대적 유학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저자는 “나는 처음에 서가 인간을 다른 인간에게 이어주는 다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리 은유는 나와 타인의 불가피한 분리라는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을 놓치고 있었다”며 “연결을 뜻함과 동시에 분리의 조건을 함축하는 문화적 이미지가 필요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인간의 징검다리’라는 표현에 도달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어 “서는 ‘나’와 ‘너’를 ‘우리’로 맺어주는 사유와 행위의 한 방식이다. 그리고 도덕은 자신의 창발을 위해 ‘우리’의 탄생을 요청한다. 나아가 서의 가치와 의의를 이렇게 도덕의 영역에만 국한하는 것 또한 상당히 편협한 시각”이라며 “도덕이 중요하기는 하겠지만, 의미 영역 전체에서 보자면 부분에 속할 뿐이다. 삶은 도덕보다 더 넓고 깊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이 책은 다층적인 서의 의미와 이론적 특징을 해명하는 작업에 더해 다양한 시각에서 서를 이해하려는 시도들을 담고 있다. 18세기 중국 지성사에 기록된 서의 용례, 서의 신체적 기원인 따듯함이라는 감각 경험, 거울뉴런과 서의 연광성 등에 관한 탐구가 그것이다. 저자와 함께 ‘유학의 현대화’라는 과제를 함께 고민해보자.

『서恕, 인간의 징검다리』
이향준 지음│마농지 펴냄│408쪽│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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