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세월호 엄마 아빠의 노래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포토인북] 세월호 엄마 아빠의 노래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4.15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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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4월이다. 벚꽃이 피고 꽃향기가 가득한 시기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떨어진 꽃잎처럼 스러진 아이들을 향한 사무친 그림움이 폭발하듯 터져나오는 잔인한, 힘겨운 달이다. 아니. 어쩌면 그들에게 일년 열두 달은 모두 사월일지 모른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채 그들의 삶도 멎어버렸으니까. 

이 책은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으로 구성된 416합창단과 김훈, 김애란 작가가 저자로 참여했다. 아이들을 기억하는 현장과 이 땅에서 소외되고 위로받아야 할 사람이 있는 곳 어디든 찾아가 노래 불렀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기록됐다. "울음에서 노래로"(김훈 작가의 글 제목) 건너가 슬픔이 슬픔에게, 고통이 고통에게"(김애란 작가의 문장) 다가가 위로한 기록이다. 

416합창단 알토 이선자. [사진=도서출판 문학동네]
416합창단 알토 이선자. [사진=도서출판 문학동네]

이선자씨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슬픔과 울음을 추슬러서 노래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알토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알토는 낯선 감정들을 이어주고 굳어진 것들을 부드럽게 하고 단절의 경계를 녹인다. 울음을 추스른다는 것은 울음을 울 수밖에 없는 조건들을 긍정하면서 울음의 힘으로 울음 안에 희망을 불어넣음로써 울음의 폐쇄성을 넘어서는 행위다. 악기를 사용하는 음악보다도 살아 있는 인간의 목소리로 표현되는 노래와 합창이 이 추스름의 기능에 알맞다는 것은 자명하다. 목소리는 살아 있는 인간의 것이고 목소리는 늘 생명의 리듬으로 떨린다. <59~60쪽> 

격렬한 사춘기 시절을 보내고 있던 고등학교 2학년 창현이와 뒤늦은 화해를하고 싶다던 창현 어머니. [사진=도서출판 문학동네] 
격렬한 사춘기 시절을 보내고 있던 고등학교 2학년 창현이와 뒤늦은 화해를하고 싶다던 창현 어머니. [사진=도서출판 문학동네] 

그날 어머니는 창현이가 어릴 대 입던 푸른색 후드집업을 걸치고 아이에게 편지를 보내셨다는 걸 사진을 보고서야 뒤늦게 알아챘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언제나 온몸으로 그렇게 노래하고 계셨다. 아픔과 슬픔은 N분의 1이 되는 것이 아니었고, 다만 혼자가 아니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이 노래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노래가 스스로 사람들 곁으로 걸어가 시간을 견디고 버티고 이겨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74쪽>

[사진=도서출판 문학동네]
[사진=도서출판 문학동네]

나는 이 나라가 다 운 것인지, 왜 더 울지 않는지 궁금하다. 울어야 마땅한 일이 이리 넘쳐나는데 이 나라는 왜 울지 않는 것일까? 416합창단의 음악과 책이 이 나라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이유다. 노래는 분노를 대신하기도 했다. 마른 나뭇잎처럼 거리 한 귀퉁이에 나뒹굴어야 했던 외로움을 꾹꾹 다독이는 힘이었다. 희망의 끝자락을 단단히 거머쥐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방식이기도 했다. 노래 부르기 위해 온 땅을 횡단하다 잠시 주저앉는 안온한 휴식조차 노래였다. 그렇게 416합창단의 노래와 노래 부른 시간과 장소가 죄다 세월호였다. <94~95쪽>

[사진=도서출판 문학동네]
[사진=도서출판 문학동네]

참사 이후에 친구도 친지도 이웃도 만나지 않고 그 어떤 취미생활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제가 노래를 합니다. 제가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일까요? 많은 사람들 앞에 혼자가 아닌 단원들이 함께 든든하게 서 있어주잖아요.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언니가 되고 오라버니가 되고 형님이 되고 쌤이 되고, 무엇이든 함꼐 같이하다보니 제가 유가족인 것을 잊어버릴 때도 있습니다. <218~219쪽>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416합창단·김훈·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펴냄│300쪽│1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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