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원래 혼자 보는 것? ‘혼영족’과 ‘영화 탄생의 역사’
영화는 원래 혼자 보는 것? ‘혼영족’과 ‘영화 탄생의 역사’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4.03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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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 관람’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른바 ‘혼영족’(혼자 영화 보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극장이 제공하는 경험(큰 스크린, 강렬한 사운드 등)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인데, 영화 팬들은 중무장(?)을 하고서 ‘홀로’ 영화관을 찾고 있다.

이는 통계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지난달 29일 CGV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부터 3월 26일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 중 혼영족이 26.04%로 작년 같은 기간 14.32%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반면 3인 이상 관객은 13.84%로 작년(29.16%)보다 절반 넘게 줄었다.

혼영족뿐만 아니라 극장의 주요 관객층인 20대(41.58%)의 비율 역시 증가했는데, 작년(31.16%)보다 10% 넘게 늘었다. 개학 연기와 함께 고정 지지층이 두터운 공포 영화가 연이어 개봉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월 개봉한 <인비저블맨>은 4주 넘게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안드레 외브레달 감독의 <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온다> 등의 공포영화가 차례로 개봉했다.

이러한 현상은 대형 멀티플렉스뿐만 아니라 독립영화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한 독립영화관 관계자는 “독립극장의 경우 예술영화를 많이 상영하다보니 원래 1인 관객이 많았다”며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을 찾는 관객수 자체는 줄었다. 하지만 혼자 극장을 찾는 손님의 비율 자체는 평소보다 높아지긴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나 홀로 관람’은 극장에서 집으로까지 이어진다. 정확히 말하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밖을 나가지 않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등 OTT(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로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나 홀로 관람’ 형태가 극장에서 개인의 ‘손바닥’으로 옮겨가게 된 것.

흔히 영화 관람은 연인이나 친구, 가족과 ‘함께’ 향유하는 문화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는 극장만이 제공하는 고유한 영화 관람 체험과도 연결되는데, 이에 대해 김중철 교수는 논문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 체험에 대한 일고찰」에서 “극장에서의 경험은 특정한 영화를 보는 것으로만 국한할 수 없으며, 그 외의 다른 성분들까지 아우른다”고 설명한다.

그는 “어느 극장에서 어떤 영화를 선택할지를 고민하는 단계에서부터 극장의 문을 들어설 때의 설렘과 흥분, 극장 홀의 어둠과 스크린이 주는 위압감, 함께 있지만 보이지 않는 타인들에 대한 의식과 교감, 영화가 끝난 뒤 극장 문밖 환한 세상에서 느끼는 묘한 낯설음도 극장 체험을 이루는 포괄적 요소”라고 말했다.

에디슨이 발명한 ‘키네토스코프’ [사진출처= IMDb]

하지만 세계영화사를 살펴보면, 원래 영화는 ‘혼자 보는 것’이었다. 토머스 에디슨이 1889년에 발명한 영화 감상기구 ‘키네토스코프’(kinetoscope)는 한 번에 한명의 관객만 관람할 수 있는 형태였다. 이후 키네토스코프는 뤼미에르 형제가 발명한, 하나의 영사기로 많은 관객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시네마토그라프’(cinématographe) 탄생의 토대가 됐다. 1895년 파리의 그랑카페에서 시네마토그라프에 의해 상영된 영화가 바로 세계 최초의 영화로 기록된 <열차의 도착>이다.

다시 말해 영화 탄생의 역사는 ‘혼자 보기’에서 ‘함께 보기’의 역사로 전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극장가의 혼영족 증가, 특히 OTT 플랫폼을 통한 영화 관람 행위가 인류 최초의 영화 감상 경험을 일깨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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