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박상률의 솔직담백한 고백 『쓴다,,, 또 쓴다』
[책 속 명문장] 박상률의 솔직담백한 고백 『쓴다,,, 또 쓴다』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4.01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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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쓴다,,, 또 쓴다’라니? 
수필집 제목이 뭐 이래, 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수필집이라면 ‘낭만적이거나 달콤한(?)’ 제목이 어울린다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다. 곁들여 수필이라면 붓 가는 대로 쉽게 써진다는, 편견도 있다. 그런데 시든 소설이든 동화든 희곡이든 쉽게 써지는 것은 없다. 수필도 마찬가지! 어떤 장르의 글이든 쉽게 써지는 것은 없다. 그래서 이런 ‘문패’를 내걸었다. 계속 쓰고, 또 쓰고, 또 쓰는 과정에서 쓰는 요령도 터득하게 되고, 안 쓰면 몸이 간질거리는 현상이 생긴다. 그래서 잠깐 쉬었다 또 쓰자는 의미로 마침표(.) 대신 쉼표(,)를 썼다. 내 속내를 더 드러내자면 계속 써야 한다는 뜻으로 ‘쓴다,,, 또 쓴다~’처럼 끝 ‘쓴다’ 다음에 물결(~) 표시도 한다. 그러나 이건 나를 다그치며 스스로 다짐하는 것이라 남들에게까진 주문하지 못하겠다. 

날마다 써야 손에서 쓰는 열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으로 잘 알려진 남미 콜롬비아의 작가 마르케스는 일찌감치 이걸 간파하고 자신은 쓰고 있는 작품이 끝나면 손의 열기가 사라지기 전에 바로 다음 작품을 시작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작가는 한 작품이 끝나면 좀 쉬고 싶어 한다. 작품 쓰는 동안 진이 다 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오래 쉬면 작품 쓰는 요령도 몸에서 같이 빠져나간다. 다시 시작하려면 상당한 몸부림을 쳐야 한다. 어떤 경우엔 몸부림을 쳐도 소용이 없는 경우가 있다. 글을 쓰게 한 ‘뮤즈’ 내지는 ‘몸주’가 영영 안 찾아주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늘 ‘써져서’ 쓰는 게 아니라 ‘쓰니까’ 써진다, 고 말한다. 작가는 그저 쓰는 존재일 뿐이다. 잘 써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쓰다 보면 잘 써진다고 생각한다. 샘물은 계속 퍼내야 새 물이 고인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인 듯. 

나는 수필과 에세이를 구분한다. 물론 어떤 글은 정밀하게 나뉘지 않는다. 수필은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가공을 하고 형상화를 해서 문학성을 갖추는 것이다. 에세이는 글쓴이의 주장이나 의견, 정보 위주, 칼럼 글, 소논문, 평론 성격의 글을 이른다. 물론 두 글의 성격이 뚜렷이 구분 지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게 수필이나 에세이의 단점은 아니다. 

나아가 어떤 수필은 단편 소설 혹은 산문시 같기도 하지만 무 자르듯이 경계를 나누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이게 단편소설의 단점도 아니고, 산문시의 단점도 아니고, 수필의 단점은 더더욱 아니다. 

수필이고 에세이고 간에 오랫동안 소설이나 시에 비해 곁 식구 내지는‘서자’ 취급을 받은 게 사실이다. 수필이나 에세이는 소설가나 시인이 소설이나 시로 쓰고 남은 ‘얘깃거리’ 내지는 ‘생각’을 무형식의 틀에 담아낸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학의 한 장르로 정당히 대점을 못 받고 소설가나 시인의 여기(餘技) 취급을 받아야 했다. 지금까지 어떤 취급을 받았든 수필도 이제는 당당한 문학의 한 갈래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수필이 더 문학적 위의를 갖춰야 할 것이다. 

이 책에 담은 수필은 지난 몇 년간 신문, 잡지, 웹진, 페이스북 등에 쓴 글이다. 이백 년도 훨씬 넘는 조선시대의 글쟁이 이덕무의 소품문은 ‘종횡무진’한다. 이 책에 담은 수필은 종횡무진하기는커녕 길이, 내용 모두 어지럽기 짝이 없다. 난삽한 원고를 잘 정리해 예쁜 책으로 만들어 준 출판사 ‘특별한 서재’의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나는 글둠벙이 있는 이야기밭 언저리에 산다, 고 말하길 좋아한다. 
그곳에서 하루가 한평생(一日一期)이라 여기고, 
텅 비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一空) 느끼며, 마냥 아득하고 먼 하늘(九空)을 가끔 쳐다보며, 
쓴다,,, 또 쓴다~.

『쓴다,,, 또 쓴다』
박상률 지음│특별한서재 펴냄│224쪽│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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