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우리나라 지폐 인물들은 시대순으로 세종 이도, 퇴계 이황, 신사임당, 율곡 이이 네 명이다. 역사 인물, 위인이라는 옷을 입고 늘 우리 가까이에 있다. 곳곳에 동상이 있고, 인물을 다룬 책도 많고, 심지어 세종로, 퇴계로, 사임당로, 율곡로처럼 도로 이름에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지폐 속 인물은 가까이 있어도 멀리 있는 것과 같다.”
이 책은 먼저 우리가 들고 다니는 돈에 그려져 있는 인물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질문한다. 그리고 지폐에 담긴 네 인물의 생애를 따라가며 찬찬히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는 ‘위인’보다는 ‘사람’에, ‘업적’보다는 ‘삶’에 집중한다.
책은 또한 지폐에는 역사 위인의 초상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과학, 정치, 철학, 예술사에 획을 그은 이야기들이 곳곳에 담겨 있음을 설명한다. 가령, 만원권에는 세종대왕의 초상과 함께 혼천의, 천상열차분야지도, 보현산천문대 천체망원경이 있다. 따라서 만원권을 제대로 읽을 줄 안다면, 그 안에서 세종대왕의 업적과 함께 당대 천문 과학의 눈부신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책은 지폐를 통해 퇴계 이황과 함께 철학을, 신사임당과 함께 예술을, 율곡 이이와 함께 정치를 살핀다.
지폐에 있는 인물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할 의무 같은 것은 물론 없지만, 그래도 알아둔다면 모르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오로지 돈에만 있는 것이 아니듯, 지폐에 교환의 수단을 넘어서는 가치가 담겨있음을 안다면 인생은 더욱 풍요로워질지도 모른다. 저자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오랫동안 강의한 박강리다.
『지갑 속의 한국사』
박강리 지음│북하우스 펴냄│196쪽│1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