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논쟁적 인물' 존 버거의 생애 『우리 시대의 작가』
[리뷰] '논쟁적 인물' 존 버거의 생애 『우리 시대의 작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1.28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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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2017년 세상을 떠난 존 버거는 전후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이자 작가 중 한명이었다. 대부분의 부고 기사가 그를 '논쟁적 인물'로 평가했는데, 실제로 그는 강성 마르크스주의자 문화 비평가로 그의 글은 "영국에서 사회주의자가 문화를 이해하는 데 가장 훌륭한 배출구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는다. 1972년 소설 『G』로 부커상을 수상했을 당시에는 상금의 절반을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좌파 조직인 '블랙팬서'(정치조직)에 기부했고, 나머지 절반은 이주노동자 연구 작업에 사용하기도 했다. 예술가인 동시에 활동가로서 전 세계 노동자와 이주자, 억압받고 소외된 이들의 권리와 존엄 옹호에 앞장선 혁명가였다. 문학 박사인 저자는 그의 생애를 사려깊게 조명한다. 

저자는 버거의 삶을 크게 세 갈래로 나누어 추적한다. 첫 번째 시기는 영국에서 저널리스트이자 문화적 투사로 활약한 초창기이다. 1950년대, 20대 중반의 젊은 논객으로 글을 통해 기득권의 부조리함을 날카롭게 고발했던 버거의 삶을 다룬다. 두 번째로는 그로부터 15년 후,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저항자이자 농민 경험의 기록자로 살아가던 시기를 다룬다. 또 '성난 젊은이'의 전형에서 여행하는 모더니스트를 거쳐 도달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삶도 조명한다. 

버거의 글쓰기가 특별했던 이유는 '너그러움' 때문이라는 평을 받는다. 그의 글은 그 어떤 환멸 없이 공간과 시간, 기억과 정치, 역사와 감정을 담은 사진과 같았기에 '글이 항상 옳지는 않았지만, 늘 귀 기울일 가치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저자는 "버거의 에세이를 통해 나는 강의실에서 배운 것과 전혀 다르게 세상 보는 방식을 알게 됐다. 그것은 지적인 노동과 기꺼이 경험하려는 자세, 혹은 대지에 뿌리박고 살아가려는 자세 사이에 어떤 모순도 없이 글 쓰고 사유하는 방식, 내가 볼 때는 살아가는 방식이었다"며 "미국의 시인 월트 휘트먼은 유명한 시에서, 천문학자의 강의를 듣다가 '신비하고 촉촉한 밤고기' 속으로 나와 '가끔 완벽한 침묵에서 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본 경험을 들려준다. 버거에게서 나는 천문학자와 별을 바라보는 사람을 동시에 봤다"고 말한다. 

이 책은 버거 타계 이후 처음으로 출간된  유일한 평전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그의 저작과 사후에 알려진 작품 등을 바탕으로 당대의 사상적 조류를 촘촘하게 엮으며 버거의 미학적 행보를 조망한다. 


『우리 시대의 작가』
조슈아 스펄링 지음 | 장호연 옮김 | 미디어창비 펴냄│496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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