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불 타 버린 책을 다시 출간하다 『당신도 산티아고 순례길이 필요한가요』
[포토인북] 불 타 버린 책을 다시 출간하다 『당신도 산티아고 순례길이 필요한가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1.22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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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20대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30대에는 여행작가로 살았던 평범하지만은 않은 삶이지만, 나름 평탄하게 살아왔다고 자평하는 저자. 40대에 접어들어 '새벽감성' 출판사를 차리고 출판인의 길을 걸으면서 큰 시련을 마주하게 된다. 지난해 11월, 배본사(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전국 서점에 공급하는 업체) 물류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보관중이었던 책이 모두 소실된 것. 이 책의 초판 역시 화마를 피할 수 없었다. 

흔히 인생은 길을 걷는 여정으로 표현된다. 바른 방향으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때로는 잘못된 길로 접어들어 방황하게 되는 그런 여정. 저자가 화재 이후 첫 출간작으로 이 책을 선택한 것은 그런 의미였을까. 저자는 마드리드 길에서 프랑스 길까지, 그리고 포르투 해안길을 걸으며 본 것, 들은 것, 나눈 것, 느낀 것을 전하며 독자를 산티아고 순례길로 인도한다. 

[사진=도서출판 새벽감성]
[사진=도서출판 새벽감성]

"당신은 왜 이 길을 걸어요?"
나 역시도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나와 같은 여행작가였다. 이 길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었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여러 길을 걷고 있었으며, 지금이 7번째 여정이라고 했다. 여행 작가이기에 이 길을 걷는 목적은 있을지 몰라도, 분명 그녀에게도 이 길에 대해 이끌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7번째나 되는 여정을 걷고 있겠지. 이 힘든 길을 말이야. "이 길은 어떻게든 나를 숨 쉬게 해주는 것 같아요. 가슴이 뛰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거든요. 다 비우고 다시 채워주는 것 같은 기분, 그래서 계속 걷게 되는 것 같아요." <50~51쪽> 

[사진=도서출판 새벽감성]

아스팔트 길을 지나니 돌길이 이어진다. 이미 체력이 지쳐 있는 나에게 돌길은 너무 힘들었다. 돌길을 한참 오르니 이젠 눈길이 나온다. 갑자기 또 생각나는 그 청년. 위에는 눈이 내려서 위험하다고 했었는데, 눈이 내린다는 말을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눈을 만나니 그게 사실이었다는 것에 순간 놀랐다. 정상 즈음에 올라가니 무릎까지 들어가는 아주 많은 눈이 쌓여 있기도 했다. 그리고 정상을 지나면서 600㎞를 지나 599㎞가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였다. 정말 너무 힘들었떤 산길이었는데, 6에서 5로 바뀌는 숫자를 보며 표지판 하나로 이렇게 힘을 얻을 수도 있구나 싶다. <5쪽>

[사진=도서출판 새벽감성]

순례자들이 순례길을 걸을 떄 도움을 주기 위해 이용하지 않는 성당이나 마을의 회관 같은 곳을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로 개조해 사용하는 것을 아베르게라고 하는데, 기부금을 받거나, 일정의 운영비 정도의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고, 간혹 무료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그리고 순례자를 위해 봉사하는 마을의 봉사자들이 주로 숙소를 관리한다. 많은 순례자가 걷는 프랑스 길의 알베르게는 대부분 꽤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었는데, 순례자들이 많지 않은 마드리드 길의 알베르게는 열약한 부분이 많았다. (중략) 나에게 첫 경험을 알게 해준 산타 마리아 라 레알 데 니에바 마을의 알베르게는 몹시 춥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취사가 가능한 곳이었기에, 따뜻한 물을 만들어서 그 물로 샤워를 할 수 있었다. <69~70쪽> 

[사진=도서출판 새벽감성]

특히 힘들었을 때를 떠올려 본다. 중간에 아무런 마을이 없어 30㎞ 눈 내린 산길을 걸어야 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을까,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벌판을 걷는 4시간 내내 천둥·번개까지 치던 그 날이 가장 힘들었을까, 비상식량이 떨어져 배가 고픈데 계속 걸어야 했을 때가 힘들었을까, 햇살이 너무 강해서 숨이 막힐 정도로 걷기 힘들 때가 그랬을까... 언제가 가장 힘들었을까? 생각해보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늘 지금이었다. 죽을 것 같이 힘들었던 순간도, 그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혔으니 말이다. <177쪽> 


『당신도 산티아고 순례길이 필요한가요』
김지선 지음 | 새벽감성 펴냄│260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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