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가지나 되는 꽃 이름을 학명으로 알고 있는 할아버지에게서 어느 순간 낱말들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치매에 걸린 것이다. 할아버지는 처음엔 꽃 이름 하나가 생각나지 않더니 매일 마시던 커피를 잊어버린다. 그러나 손녀는 낙심하지 않고 할아버지에게서 떨어져 나온 낱말들을 주워다 상자에 차곡차곡 담는다. 할아버지가 오랫동안 돌보지 않아 시들어버린 꽃이 할머니의 몫이 된 것처럼 할아버지가 잃어버린 낱말들도 이제 손녀의 몫이 된다. 사랑하는 이가 치매에 걸렸지만, 여전히 그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들은 행복하다. 점점 잃어가는 기억을 사랑으로 채워가는 그림책.
■ 잃어버린 토끼, 커피, 눈풀꽃
베티나 비르키에르 글·안나 마르그레테 키에르고르 그림│김영선 옮김│JEI 재능교육 펴냄│44쪽│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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