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타율 90% 출판사의 비결
베스트셀러 타율 90% 출판사의 비결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2.18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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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90%가 넘는 베스트셀러 타율을 기록하는 출판사가 있다. 2016년 독일에서 등장한 출판사 인키트(Inkitt)가 그 주인공. 2016년 출간한 스물네권의 책 중 스물두권이 아마존 베스트셀러(50위 내)에 올랐고, 그중 스무권은 출간 직후 9일간 베스트셀러 5위권에 포함됐다. 2017년에는 출간 도서의 2/3인 마흔여섯권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열권을 내면 그중 두권 가량만 흥행한다는 자조적인 성공 공식이 만연한 출판가에서 이런 이례적인 기록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비결은 ‘인공지능’(AI). 전적으로 소수 편집자의 ‘감’에 의존했던 관례를 깨고, AI가 분석한 데이터에 의존하면서 성공률을 크게 높였다는 평이다. 더는 편집자의 개인적 관점에 따라 출간 여부가 좌지우지되지 않게 된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조앤 롤링의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출간 전까지 열세 곳의 출판사에서 거절당했고,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은 이십 곳의 출판사에서, 마가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무려 서른여덟 곳의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았다. 편집자 개인의 안목이 대중의 성향과 어긋난 대표적인 사례인데, 인키트는 AI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간극을 크게 줄였다.

인키트의 출판 과정은 이렇다. 인키트는 저자들이 플랫폼에 올린 글을 독자 취향에 맞게 분류해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맞춤형 콘텐츠로 제공하고, 이를 받아 본 독자는 글의 구성이나 문체, 전반적인 느낌 등을 별점으로 평가한다. 이때 AI를 이용해 독자가 해당 글을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얼마큼의 빠르기로, 어디에 중점을 두고 읽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베스트셀러 가능성을 가늠한다.

베스트셀러 가능성이 점쳐지면 저자에게 출간을 제안하고, 수락되면 최종 검토(내용 수정)에 들어간다. 이때 검토는 철저히 저자 몫이며, 출판사는 간단한 교열 작업만 진행한다. 표지 디자인은 작가와 출판사가 논의해 세 개 정도의 안을 만든 뒤 출판사 페이스북에 올려 독자의 반응을 확인한 뒤 결정한다. 이후에는 AI가 파악한 독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목표 고객군을 설정, 마케팅을 진행해 판매에 나선다. 그렇게 팔려나가 저자에게 전달되는 인세는 전자책 25%, 종이책 51%. 8~10%대인 일반 인세율에 비하면 ‘혁명’ 수준의 인세를 지급한다.

작가가 글을 게재하고, 독자 반응을 확인한 뒤 출간 계약이 이뤄지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빠르면 8주. 편집자나 출판사의 ‘판단’이 아닌 철저한 독자의 ‘선택’으로, 또 통상 1~2년 걸리던 출간 기간을 8주로 단축했다는 점에서 독자와 작가의 호평을 자아낸다. 베스트셀러 탄생의 이익을 공유하는 출판사 입장에서도 나쁠 이유가 없기는 마찬가지. 현재 인키트는 “출간한 책의 99.99%를 베스트셀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8만여명의 작가를 끌어모아 24만 편 이상의 작품을 공유하고 있다. 이용자(독자) 수는 10만명 가량이다.

우리나라에서 인키트와 동일한 출판모델을 찾기는 어렵지만, 굳이 꼽자면 ‘브런치’를 들 수 있다. 작가가 자유롭게 글을 게재하고, 그 글을 독자가 자유롭게 이용한다는 점과 이를 통해 책이 출간되고, 베스트셀러가 탄생한다는 점은 인키트와 동일하지만, AI가 아닌 사람이 출간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AI 기술의 상용화 정도가 대조되는 대목인데,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I 전문가 부족률은 60.6%로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물론 AI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은 ‘대중성’이 반드시 ‘작품성’과 상통하지는 않는다. 흥미 위주의 가벼운 읽을거리가 좋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에세이와 소설이 아닌 경제·경영, 인문, 역사, 과학서 등은 출간 기회를 쉽게 얻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출판 활로의 다양성 확보 면에서 AI를 이용한 인키트 사업모델이 만들어 낸 결과가 나름의 의미를 지녀 간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중대형 출판사가 아닌 1인 출판사나 개인 출판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출판사의 앞길에 먹구름이 가득한 모습이다. 제2의 『해리 포터』가 여러 출판사를 전전하며 출간되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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