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경주와 정신적으로 이어진 기묘한 초단편소설집 『경주잡문』
[리뷰] 경주와 정신적으로 이어진 기묘한 초단편소설집 『경주잡문』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1.2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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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우리나라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출판사 ‘아름다움’(대표 홍예지)의 ‘숨 시리즈’. 그 다섯 번째 이야기다. 제목은 『경주잡문』. 

자신을 문화재 애호가이자 만년 휴학생이라고 소개하는 김혜린 작가가 경주에서 한 달 동안 머무르며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그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집필한 초단편소설 20편이 담겨있다.

책 구성이 신선하다. 128페이지 분량의 이 시집과도 같은 책에는 몇 분 만에 읽을 수 있는 1~2페이지 내외의 초단편소설 뒤로 불국사와 석굴암, 남산, 경주 시내 등으로 나뉜 경주 곳곳의 문화재에 대한 짤막한 해설이 있다. 

구성만 신선한 것은 아니다. 기묘한 소설들은 경주의 문화재와 전혀 관련이 없는 듯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 절묘하게 섞인다. 극락세계를 의미하는 극락전에 들어가기 위해 오르는 다리인 연화·칠보교에 대한 해설 앞에는 피곤함에 찌든 직장인이 비눗방울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소설이 있다. 탑이 완공되면 불국사 근처 연못에 탑의 그림자가 비칠 것이라는 말을 믿고 기다리다가 연못에 몸을 던져 죽은 아사녀의 전설이 있는 석가탑에 대한 해설 앞에는 우울증에 걸린 아내를 치료하기 위해 아내를 침대 위에 묶은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다. ‘말이 없는 건물’이라는 의미의 무설전 앞에는 책값으로 몸의 일부를 받는 ‘책갉갉이’에 대한 소설이 있다. 

보통 어떤 지역에 관한 책이라면 해당 지역과 물리적으로 연관된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 마련인데, 이 책에 담긴 소설들은 경주와 정신적으로 이어져 있어 참신하게 다가온다. 이 가벼운 책을 들고 경주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들을 음미하면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다. 

『경주잡문』
김혜린 지음│아름다움 펴냄│128쪽│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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