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올해 송년회 때는 영화·뮤지컬 보면 안 되나요?”
“사장님, 올해 송년회 때는 영화·뮤지컬 보면 안 되나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1.2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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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회사가 제공하는 공짜 음식과 술이 ‘격려’가 되고 ‘응원’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부어라 마셔라’ 하며 함께 취해 서로의 (무장해제 된) 본 모습을 확인하며 ‘동료애’를 쌓아왔던 송년회 문화. 매년 ‘술판’ 일색이었던 송년회에 최근 몇 년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에도 잘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송년회. 회사는 ‘단합’을 강조하며 어떻게든 ‘함께 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노력하지만 젊은 직원들은 그런 ‘억지스러움’이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이런 시대 흐름을 반영해 최근 등장한 것이 ‘문화 송년회’. 이전의 먹고 마시는 데서 벗어나 레포츠를 즐기거나 영화나 뮤지컬 공연을 단체관람하며 자연스러운 ‘감동’과 ‘만족감’을 자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송년회 준비를 맡은 직장인 김모씨(33)는 올해도 송년회 테마를 ‘문화’로 잡았다. 그는 “작년 송년회 때 1차로 호텔 뷔페에서 식사하고 2차로 영화를 관람했는데 직원들 호응이 뜨거웠다”며 “윗분들은 레크리에이션 등으로 ‘단합’을 꾀해 ‘애사심’을 유도하라고 하는데, 그건 요즘 젊은 직원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젊은 세대는 인위적으로 만든 ‘단합의 장’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런 자리에서는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큰데, 공연 관람은 그런 부담이 없어서 좋다. 지난해에는 (단체관람하려는 ) 영화를 이미 본 직원이 많았기에 올해는 뮤지컬을 단체관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술과 고기면 충분하다고 여겼던 과거 송년회와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크루즈·호텔 파티가 인기가 높아졌는데, 더플라자호텔, 신세계조선호텔 등 서울 내 고급호텔 레스토랑 예약률은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상승했고, 이랜드크루즈의 한강 유람선 역시 12월 예약률이 80%가 넘었다. 음식의 질뿐만 아니라 분위기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레포츠로 송년회를 치르는 회사도 있다. 볼링장 등에서 팀별 대항전을 통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직장인 정모씨(29)는 “볼링은 그 자체로 어느 정도 재미가 보장된다. 몸을 부대끼며 경쟁하는 스포츠가 아니라서 부담도 덜하다”며 “부담을 줄이면서 단합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기에는 볼링이 가장 적합한 것 같다”고 전한다.

이처럼 송년회를 꾸미는 방식의 변화도 눈에 띄지만, 송년회 시간 변화도 눈길을 끈다. 과거 업무시간 이후나 1~2시간 정도 빨리 업무를 마치고 송년회를 치렀다면 최근에는 퇴근 시간 이전에 모임을 마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 직장인 김모(27)씨는 “우리 세대는 회사를 위해 사용하는 내 시간이 월급의 대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늦은 시간까지 계속되는 송년회는 ‘야근’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라며 “회사는 직원을 위해 돈 쓰며 마련한 자리라지만, 사실 뭘 먹고, 뭘 하느냐보다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11일 취업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79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2030 직장인이 선호하는 이색회식 유형’ )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회식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귀가 시간이 늦어진다’(26%)가 가장 많았고, ‘자리가 불편하다’(34%)가 뒤를 이었다. 굳이 회식한다면 바라는 회식유형으로는 23%가 ‘문화’(전시회, 영화관람 ), 21%가 ‘힐링’(마사지, 테라피 ), 16%가 ‘레포츠’(볼링 ), 12%가 ‘게임’(방탈출, 보드게임 ), 10%가 ‘체험’(공방 )을 택했다. 13%는 ‘이색회식마저도 싫다’고 응답했다.

직장인 최진영은 책 『직장인 해우소』에서 “회식이 무서울 정도로 풍년이다. 다들 연말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서 집에 들어가기 싫은 건 알겠습니다. 저도 그러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들과 같이 있고 싶은 건 아닙니다. 누구와 그 분위기를 즐기는가. 저는 그게 더 중요하거든요”라고 말해 직장인의 뜨거운 공감을 자아냈다. 회사와 근로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했던, 그렇다고 안 하기도 어려운 ‘계륵’ 같은 송년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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