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학습의 장이 된 유튜브… ‘문 따는 법’부터 ‘해킹’ ‘폭행’ ‘조폭’ ‘사기’까지
범죄 학습의 장이 된 유튜브… ‘문 따는 법’부터 ‘해킹’ ‘폭행’ ‘조폭’ ‘사기’까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0.24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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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튜브]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가 범죄 학습의 장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각종 범죄에 이용될 수 있는 정보를 알려줄 뿐 아니라 폭행부터, 조직폭력, 사기 등 심각한 범죄를 묘사하는 동영상이 인기를 얻으며 활개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언제든지 범죄를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유튜브에 ‘문 따는 법’ ‘해킹하는 법’ ‘폭행’ ‘조폭’ ‘사기’ 등을 검색해봤다.    

유튜브에 ‘문 따는 법’을 검색하면 나오는 “자물쇠를 푸는 3가지 방법”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으로 자물쇠를 여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조회수가 153만여 회(이하 24일 기준)다. 디지털 도어락도 무리 없다. ‘디지털 도어락’을 검색하면 나오는 “디지털 도어락 3개 여는 데 소요시간?”(조회수 8만여 회)이라는 제목의 영상에 등장하는 한 남성은 1분 53초만에 디지털 도어락이 설치된 문 세 개를 연다. 그는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을 사용한다. 자동차 문도 가능하다. ‘자동차문’을 검색하면 나오는 “잠긴 자동차문 10초만에 여는 방법 6가지” 등과 같은 영상에서 소개하는 법을 따라하면 초등학생도 쉽게 잠긴 자동차 문을 열 수 있다.

물리적인 문만이 아니라 가상의 문을 여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해킹하는 법’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영상의 제목이 “(기초강좌) 웹사이트 해킹하기”다. 조회수가 6만회가 넘는 해당 영상에는 “유용한 정보”라는 식의 댓글들이 달려있다. 한 유튜버는 포털 사이트 ‘구글’을 이용해 해킹하는 법을 소개한다. 해당 영상의 댓글창에는 특정 이메일 주소를 해킹해서 비밀번호를 알아내 달라는 댓글 십여개가 달려 있다.      

“개x쳐가지고 밥상으로 찍어버렸어. 나는 중학생 때부터 ‘현실 철권’(격투 게임) 했어.”
‘폭행’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동영상 중 하나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범죄와 관련한 영상 중에서도 ‘폭행’이라는 단어가 붙은 영상은 유독 성행한다. 그 제목을 보면, “폭행사건 이후 그의 이야기” “BJ OO이 수배 중인 이유는 ‘데이트 폭행’ 때문이다” “XX 여자친구 BJ ∆∆ 폭행사건” “XX가 OO 폭행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합니다” “BJ OO 폭행 당하는 영상” 등등. 너무 많아서 그 수를 헤아리기도 어렵다. 해당 영상들에는 폭행 범죄의 구체적인 묘사가 담겨 있기도 하고, 폭행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났음을 설명하며 범죄를 정당화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조회수가 수십만회에 달한다.

‘조폭’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조직폭력(이하 조폭)과 관련한 콘텐츠도 성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 조직폭력배 생활을 청산했다는 한 유튜버는 실제 조폭과 가짜 조폭을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거나, 구치소 및 교도소 이야기 등을 풀어놓는다. 구독자수는 6만여명. 또 다른 채널의 영상에는 몸에 문신을 하고 자신이 조폭이라고 주장하는 한 방송인이 다른 방송인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영상도 있다. 지난 7월에는 실제 조직폭력배가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출연자를 욕설 및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물리적인 범죄만이 아니다. ‘사기’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지능적 범죄인 사기 행위를 상세히 설명하는 영상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지난 19일부터 ‘아프리카TV’ 유명 BJ 겸 유튜버 ‘덕자’가 소속사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불공정계약 및 사기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콘텐츠가 유튜버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며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다. 또한, 지난 22일부터는 구독자 48만여명을 보유한 유튜버 성명준이 1억2,000만원의 사기를 치고 피해자를 협박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콘텐츠도 다수 제작되고 있다. 덕자와 성명준을 다루는 이러한 콘텐츠는 수천회에서 수십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범죄라는 자극적인 소재가 시청자들의 시청을 유도하고, 콘텐츠 제작자들은 그로부터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유튜브가 졸지에 범죄를 전시하는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유튜브가 그저 범죄를 전시하는데서 나아가 범죄를 부추기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의 책 『사회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에 따르면, 사람의 행동은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수록 강화되며, 범죄자는 준거집단과의 교제를 통해 범죄를 모방하며 학습한다. 범죄를 전시한 영상을 통해 보상을 받는 유튜버는 계속해서 그러한 영상을 제작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유튜버를 구독하는 시청자들은 그들이 전시하는 범죄를 모방할 수 있다. 유튜브, 범죄 외에도 다양한 정보를 학습할 수 있어 순기능이 크지만, 이는 국가 차원에서 유튜브를 감시하고 제재해야 할 명분으로서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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