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작가의 베스트셀러 판매량을 아무도 모르는 이유
장강명 작가의 베스트셀러 판매량을 아무도 모르는 이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0.23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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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영화 흥행을 가늠하는 기준이 1,000만 관객이라면, 도서는 3만 독자만 끌어모아도 ‘대박’으로 평가된다. 도서는 영화의 1/300 수준인 3만 독자를 거느리면 베스트셀러란 수식어가 붙는데, 문제는 실제로 3만명의 독자가 책을 읽었는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전국 극장의 발권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되지만, 도서는 실시간은커녕 시간이 아무리 많이 주어져도 정확한 판매량을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영화 관람객 수는 한국영화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시스템을 통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집계되고 홈페이지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된다. 영화별 누적 관람객 수를 각종 기준별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도서는 그런 전국 단일망 집계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중소 서점의 경우 포스(point-of-sale/판매 시점 정보 관리)기기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고, 설치됐어도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출판사조차도 정확한 판매 권수를 확인할 수 없다. 출고량만 확인 가능할 뿐 나간 책이 팔렸는지, 어느 서점에 진열돼 있는지, 그도 아니면 어느 창고에 처박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대형 서점의 경우 실시간으로 판매량이 집계되지만 이를 반영한 ‘판매 지수’만 공개하고 있으며, 대다수 중소 서점의 판매량은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출판사조차 출고량이 아닌 판매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출판사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해야 하는 작가가 자신의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모르는 건 당연지사. 전적으로 출판사에서 전달하는 인세 보고서에 의존해야 하지만, 문제는 그 인세 보고서에 자세한 내용이 기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특히 동일 출판사에서 책을 두 종 이상 출간했을 경우에는 어느 책에서 얼마의 인세가 발생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실제로 장 작가는 「내 책은 얼마나 팔리는 걸까」라는 글에서 “(책별 인세를 알려주는 것이 ) 회사(출판사 ) 규칙일 텐데, 많이 바쁜 듯하다. (인세 ) 액수가 크지 않아 나도 (정확한 판매량을 ) 일일이 물어보기 귀찮다. 그냥 ‘뭔가 들어왔나 보네’하고 만다”며 “그런 기간이 쌓이면 어떤 책이 몇 쇄를 찍었는지, 얼마나 팔렸는지 감도 못 잡게 된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기간별로 출고한 부수에 따라 인세를 지급하는 곳도 있다. 이쪽이 좀 더 관리하기 편하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며 “어떤 출판사는 보고서를 매달 보내 주고, 어떤 곳은 석 달마다, 어떤 곳은 반년에 한 번씩 보내온다. 그런데 약속이라도 한 듯 거기에 기간별 출고량이 아닌 누적 판매 부수는 적혀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장 작가가 지금까지 출간한 책 수는 대략 20종. 그중 두권 이상 출간한 출판사는 문학동네, 민음사, 은행나무, 한겨레출판사 등 대형출판사가 다수지만, 장 작가에 따르면 그중 실시간으로 누적 판매 지수를 전달하는 출판사는 없었다. 장 작가는 “작가가 원할 때 자기 책 누적 판매량을 조회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어 주면 편할 것 같다. 규모 있는 회사라면 다들 ERP 시스템을 사용할 텐데”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장 작가는 "책 출간 이후 인세는커녕 보고서조차 보내지 않는 출판사도 있다"고 했다. 그는 “문학 공모전 수상작 몇 편은 보고서도 돈도 안 들어온다”며 “상금이 선인세라 몇만 부 팔리기 전에 인세 들어올 일이 없어 인세 보고서도 보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장 작가가 수상한 작품은 대략 다섯 편.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16)』(문학동네 ),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이상문학상/문학사상 ),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문학동네 ), 『표백』(한겨레문학상/한겨레출판사 ), 『댓글부대』(제주4·3문학상/은행나무 ) 등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는 “교보문고, 영풍문고, 서울문고 등 대형 서점의 경우 전체 도서 판매량의 80~90%를 차지한다. 유통시스템을 갖춰 판매량 조회도 가능하다”며 “중소 서점의 경우 전체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다만 정부 예산을 들여 중소 서점에 포스기 등을 설치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시간 판매 부수 확인은 출판사에서 조회할 수 있는 ID 등을 작가에게 주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통합전산망 구축과 관련해 한 대형 출판사 관계자는 “도서는 영화처럼 데이터가 모이는 곳이 없어 출판사에서 출고량을 기준으로 판매량을 대략적으로 추측하는 정도다. 대형서점은 SCM(supply chain managemen/공급망 관리)에서 확인이 가능한데, 작은 서점이나 총판으로 나가는 수량은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실제 판매 지수 집계의 실현은 출판사마다 입장이 반반일 듯하다. 투명해진다는 면에서는 좋은데 영화나 다른 산업처럼 화려한 숫자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출판계의) 바닥이 보이는 느낌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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