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종의 기원』 ‘제대로’ 읽은 사람은 없다…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리뷰] 『종의 기원』 ‘제대로’ 읽은 사람은 없다…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0.21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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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자연사학자로서 영국 군함 ‘비글호’를 타고 조사하던 중 나는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살아가는 정착생물들의 분포와 이 대륙에서 살아가는 정착생물들의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나타나는 지질학적 연관성으로부터 발견한 어떤 사실들로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이 사실들은 종의 기원을 규명할 실마리처럼 보였는데, 우리나라 위대한 철학자 중 한 사람은 종의 기원을 수수께끼 중의 수수께끼라고 말했다.”

불멸의 고전 『종의 기원』의 서문을 다윈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는 당시로써는 ‘수수께끼’였던 종의 기원에 대해 1800년대 역대 가장 합리적인 설명 중 하나를 내놓았고, 오늘날까지 그 내용이 많은 문헌에서 인용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오늘날 이 대단한 작업물을 읽으려고 하면 독자들은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기분을 느낀다는 것이다. 서울대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이학석사와 이학박사를 취득한 이 책의 저자 신현철 순천향대 교수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는 대학원에 다닐 때 이 책을 대여섯 명과 함께 여러 번 읽고도 “이 책이 진정 읽을 수 있는 책이란 말인가? 아니 어떻게 이 책이 생물학의 필독서란 말인가? 아니 어떻게 대학생의 필독서란 말인가?”라고 생각했다. 매주 『종의 기원』에 대해 토론했지만 그때마다 내린 결론은 “난 잘 모르겠다”였다. 

대학원생 때 한 차례 『종의 기원』을 포기했던 신 교수는 나이 60이 넘어서 다시 번역해보자고 했던 다짐을 이 책에서 실현했다. 그가 60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종의 기원』을 번역하고, ‘톺아보기’(샅샅이 톺아 나가면서 살피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문단과 문장, 단어에 철저하게 주석을 단다. 그가 단 주석은 1800년대 제작된 『종의 기원』을 오늘날에 맞게 설명해 현대의 독자와 과거의 다윈을 연결하는 동시에 『종의 기원』에 존재하는 오류들을 바로잡는다. 예컨대 신교수는 다윈이 그저 “호이징거가 수집한 사실이다”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1846년에 쓴 「일부 외부 영향에 의해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동물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효과」라는 논문이다”라고 설명하고, 다윈이 “파란 눈을 지닌 고양이들은 언제나 청각장애를 지닌다”고 한 것에 대해 “흰색 털을 가진 수컷 고양이일 경우 유전적으로 청각장애를 지니는데, 두 눈이 모두 파란색일 경우 60%~80% 정도는 청각장애다. 한 눈만 파란색일 경우에는 30~40%만 청각장애를 지닐 뿐, 나머지는 정상으로 알려졌다”라고 바로잡는 식이다.

아무도 읽을 수 없는 책이 어떻게 역작으로 불릴 수 있을까. 신 교수의 ‘톺아보기’를 통해  『종의 기원』은 비로소 역작이 된다. 책의 분량은 무려 706쪽. 실로 경이로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종의 기원 톺아보기』
신현철 지음│소명출판 펴냄│706쪽│2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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