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힘들어도 서울대만 가면 좋으시겠어요?
자녀가 힘들어도 서울대만 가면 좋으시겠어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9.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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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오전 9시 학교/오후 1시 수학학원/3시 독서 숙제/5시30분 수학학습지/5시45분 국어학습지/6시 한자학습지/6시15분 과학학습지/6시30분 영어수업/7시30분 독서 방문수업. 지난달 방송한 MBC 파일럿 프로그램 ‘공부가머니?’에 출연한 탤런트 임호의 딸 선함(9)이의 평일 일과다. 7살, 6살 동생들을 합치면 삼 남매가 받는 사교육은 34개. 일요일이면 아직 유치원에 다니는 막내까지 온종일 책상에 앉아 숙제해야 했다.

아이들은 반발했다. “엄마 나빠”라며 이상행동을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엄마는 “이렇게 안 하면 꼭 뭘 못하는 것 같은 불안감에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도 반복되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자녀를 포항공대와 카이스트 등 다섯 개 대학 수시에 합격시킨 최성현 교육컨설턴트는 “나는 더 나쁜 엄마였지만 지금 아이들과 관계가 나쁘지 않다”며 “토요일 숲 체험은 그냥 휴식이지 않냐. 차라리 역사체험을 하라”며 그나마 있는 쉼마저 줄일 것을 권유했다. 쉼은 학교에서 성적으로 정량화하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19일 서울시교육청이 ‘학원 일요휴무제’ 도입을 위해 ‘숙의민주주의 공론화’를 본격 시작한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공약으로 일요일만이라도 아이들에게 쉼을 허락하자는 취지였다. 사실 이런 식의 강제적 조치는 그간 여러 차례 있었다. 전두환 정권 당시 과외금지법이 시행됐고, 2009년 일부 지자체는 학원의 야간교습을 금지하기도 했지만, 사교육 감소 효과는 얻을 수 없었다. 그럴수록 과외는 더욱 은밀히 이뤄졌고, 그때를 기점으로 대다수 학원의 창문에는 빛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한 검은 선팅지가 붙여졌다.

그럼에도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11월까지 온라인·전화 여론조사와 ‘열린 토론회’를 통해 ‘학원 일요휴무제 공론화’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난 조희연 교육감은 “민감한 사안이라 의견 수렴을 출발점으로 삼은 거다. 정책화 여부는 그다음 문제다. 다만 지형은 (추진쪽에) 유리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런 답변은 중학생 75%, 학부모 68%가 학원 일요휴무제에 찬성한 2017년 서울시교육정보연구원의 ‘학원 휴일휴무제 및 학원비 상한제 도입방안 연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조사에서 응시자가 얼마나 진실하게 응답했는지, 그 답변이 얼마나 실생활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지금도 서점가에서는 『공부하다 죽어라』 『공부에 미친 사람들』 『10대 꿈을 위해 공부에 미쳐라』 『40대, 다시 한 번 공부에 미쳐라』등의 책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의 교육열. 우리 사회는 도대체 왜 이렇게 교육에 목을 매는 것일까? 하지현 정신과 전문의는 성공에 대한 욕망을 이유로 제시한다. 그는 책 『공부중독』에서 “오로지 공부만이 한국 사회에서 생존 확률을 높여주는 보증수표라는 믿음이 머릿속에 깊이 뿌리 박혀 있다”며 “한국 사회에서 자본 축적이 돼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공부를 잘해서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면 존경과 안정과 윤택함을 모두 가질 수 있다는 게 1945년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지난 두 세대에 걸쳐 검증된 모델이다. 학력으로 성공한 사람은 자가 복제를 원하고, 학력은 없지만 부가 있는 사람까지도 학력을 원한다. 학력을 쥘 수 있는 자리는 뻔한데 경쟁률은 몇 배 올라가 압력이 최대치로 커졌다”고 말한다. 이어 “장사를 크게 한다거나, 빌딩업이나 사채업 같은 것은 ‘천한 일’ ‘장사꾼’ ‘부럽긴 하지만 존경할 만한 사람은 아니다’라는 식의 태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공부로 성공한 것은 (다수의 사람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공부로 성공한다면 ‘너의 삶은 당당하고 존경받으며 살 수 있어’라는 명제가 마치 1 더하기 1은 2와 같은 1차 방정식이 돼버렸다. 아이가 서울대에만 들어간다면 힘들게 살아도 괜찮다는 욕망 때문에 우리 사회는 부질없는 돈 지랄, 에너지 지랄의 세계가 됐다.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 해가 되지만 누구도 먼저 발을 빼지 못한다. 나만 혼자 도태되면 안 되니까”라고 덧붙인다.

조정래 작가는 사교육 문제를 다룬 『풀꽃도 꽃이다』에서 “이제 사교육은 ‘졸업장은 학교에서, 공부는 학원에서’할 정도로 그 위세가 난공불락이 됐다. 그 폐해의 심각성은 너무 심해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되는 극한에까지 와 있다”며 “연간 40조를 넘는 사교육 시장의 병폐는 누구의 책임일까. 그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똑같이 공동 책임을 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의 내일은 점점 나락의 길로 치달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군부독재 시절의 억압처럼 강력한 제재가 성공하고 싶은 욕망을 이길 수 있을까? 그간의 모습으로 보자면 욕망의 백전백승이다. 아이가 힘들어도 서울대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아이가 망가지더라도 예일대에 들어가면 좋겠다는 부모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과열된 사교육 열기는 절대로 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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