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폼장] 페미니즘이 한국 사회를 기억하는 방법 『페미니스트 타임워프』
[지대폼장] 페미니즘이 한국 사회를 기억하는 방법 『페미니스트 타임워프』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09.03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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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한국군이 동성애자를 “성도착” “변태적 성벽” “성선호장애”와 같은 방식으로 군의 제도와 정책안에 기입한 시점은 정신의학계가 공식적으로 ‘동성애’ 질환 모델을 파기하고 ‘동성애’를 DSM의 정신질환 항목에서 삭제한 1973년 이후였다. 계간의 죄가 종교적·사법적 기반 없이 군형법 안에 ‘불시착’한 것과 마찬가지로, 동성애자 질환 모델에 기반을 둔 병리화와 배제는 의학적 확신이 의문에 부쳐진 시점에서 도입되었다.<51쪽>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가해자는 살인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에서 자신의 의견을 묻는 재판부에 “여성들에게 받은 피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그 같은 일을 한 것 같다”고 답변하며 “내가 유명인사가 된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 몰랐다”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발언에 유명을 달리한 피해자의 자리는 없다. 그는 오직 남성들과 관계를 맺고 이들과 대화할 뿐이다.<104쪽>

‘위안부’ 피해자들의 경험은 전시 일본군에 의해 제도화된 성폭력 사건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4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피해 사실을 말할 수 있었다. 피해를 경험하고도 말할 수 없었던 그 시간 동안의 삶의 경험도 피해를 구성하는 일부다. 그렇다면 현재의 민족주의적 방식의 ‘위안부’ 기억 활동을 통해 ‘우리’가 결속되는 데 정작 누락되어 있는 것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경험일 것이다.<196쪽>

박근혜가 정치인으로서 정치계에 본격 데뷔한 것은 1997년이었다. 그녀는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에 대한 지지 선언 후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1998년 대구 달성군 재보궐 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 한국 사회가 IMF 경제위기를 겪으며 '박정희 시대'를 노스탤지어적으로 소환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환난의 시기'를 '좋았던 시절'에 대한 회고로 극복하고자 한 대중 정서가 박정희의 생물학적인 딸 박근혜를 정치인으로 불러낸 것이다.<174쪽>

『페미니스트 타임워프』
김신현경·김주희·박차민정 지음 | 반비 펴냄│224쪽│17,000원

* 지대폼장은 지적 대화를 위한 폼나는 문장이라는 뜻으로 책 내용 중 재미있거나 유익한 문장을 골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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