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그때 그 시절, 영화 광고가 궁금한가요?
[포토인북] 그때 그 시절, 영화 광고가 궁금한가요?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08.22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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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1919년 10월 27일, 한국 최초의 상설 영화관인 단성사에서 연쇄극 ‘의리적 구토’가 상영됐다. 연쇄극이란 배우의 실황 공연과 영화를 한 무대에서 교차시키며 하나의 완전한 이야기로 이끌어 나가는 상연 형식이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의리적 구토’는 최초의 한국 영화로 역사에 기록됐고, 영화가 상영된 10월 27일은 우리나라 ‘영화의 날’이 됐다. 그리고 올해는 한국 영화가 탄생한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발족, 영화감독 이장호와 영화배우 장미희를 공동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위원회는 한국 영화 10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학술행사, 출판물 발간, 특별 상영회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영화 100주년인 올해는 그 의미가 더욱더 남다른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이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봉 감독의 수상으로 올해가 한국 영화 100주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많다.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아 ‘도서출판 그림씨’에서 『한국영화 100년 영화광고 100년』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한국 영화 100년의 역사를 영화 광고의 변천사를 통해 짚어보고 있다. 첫 영화 ‘의리적 구토’에서 2000년 1월에 개봉한 ‘박하사탕’까지. 독자들은 영화 광고를 통해 시대가 영화를 어떤 식으로 홍보했는지, 또 그때의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것에 반응했는지 알 수 있다.

이 글을 통해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였던 1960년대, 그 시기를 대표하는 신상옥의 ‘로맨스 빠빠(1960)’, 김기영의 ‘하녀(1960)’, 유현목의 ‘오발탄(1961)’의 영화 광고를 통해 당시 한국 영화의 미학적 가치를 되짚어 보도록 하자.

■ 로맨스 빠빠

영화 '로맨스 빠빠' 포스터 [사진=도서출판 그림씨]

신상옥의 ‘로맨스 빠빠’에는 인위적인 카메라의 움직임이 철저히 배제돼 있다. 카메라는 인물이 움직이면 움직이고, 움직이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또한 인물을 아래로 내려다보거나, 위로 올려다보는 앵글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러한 카메라의 움직임은 영화의 주인공인 로맨스 빠빠(김승호)의 태도와 일치한다.

빠빠는 대단히 민주적이며 개방적인 마인드의 소유자이다. 그는 영화에서 단 한 번도 누구에게 명령을 하거나 화내지 않는다. 그저 ‘함께’할 뿐이다. 카메라의 움직임 역시 그렇다. 시종일관 빠빠와 같은 자세로 호흡하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빠빠의 캐릭터와 조응하며 서사를 더욱더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러한 빠빠의 위치는 포스터에서 그려지는 인물들의 구도와 크기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 하녀

영화 '하녀' 포스터 [사진=도서출판 그림씨]

김기영의 ‘하녀’는 ‘안’과 ‘밖’이라는 공간감이 중요한 영화다. 끊임없이 부부 사이로 틈입하는 하녀의 움직임(혹은 카메라의 움직임)은 중산층이 되고자 하는 한 인간의 열망감과 열패감을 동시에 보여준다. 말하자면 영화에 등장하는 이층 양옥집은 고도성장의 대도시로 대변되는 ‘밖’의 또 다른 판본이다. 그러니까 이층 양옥집은 오롯한 ‘안’이 아니라 ‘밖의 안’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 밖에서 안으로 흘러드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대도시(밖)의 병폐를 끊임없이 양옥집(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하녀(혹은 쥐)의 움직임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의 지속적인 반복은 결국 양옥집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와해시킨다. 포스터 역시 그러한 지점을 내포하고 있는데, 극중 하녀를 연기한 '이은심'의 포즈를 보면 알 수 있다.

■ 오발탄

영화 '오발탄' 포스터 [사진=도서출판 그림씨]

유현목의 ‘오발탄’은 일직선의 격자들을 통해 인물이 처한 절망적 상황을 극대화하고 있다. 영화는 시작 장면에서부터 인물들을 직접적으로 포착하지 않고 전경에 있는 기하학의 격자들을 통해 중경, 후경에 있는 인물들을 구속하고 포획하는 방식의 미장센을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물음이 떠오른다. ‘왜 카메라는 저렇게 인물들을 바라볼까?’ 이는 ‘오발탄’ 속 인물들이 처한 절망적 상황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미장센은 영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대사인 “가자”와 모순적으로 공명하며 어디로도 갈 수 없는, 당대를 힘겹게 살았던 민중의 딜레마를 이미지의 중첩으로 보여주고 있다. 포스터 역시 인물이 없고 기하학적 무늬가 배치돼 있다.


『한국영화 100년 영화광고 100선』
도서출판 그림씨 편집부 지음│도서출판 그림씨 펴냄│251쪽│14,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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