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아이디어가 없으면 예술이 아니다” 마르셸 뒤샹의 레디메이드아트
[책 속 명문장] “아이디어가 없으면 예술이 아니다” 마르셸 뒤샹의 레디메이드아트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7.20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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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20세기 미술 그리고 21세기 미술에서 마르셀 뒤샹의 영향은 막대하다. 그의 영향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오늘날에도 전시장을 가면 레디메이드(ready-made)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에서의 TV 수상기는 레디메이드다. 사진, 영화, 비디오, 텔레비전, 빛과 전파 등 전자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의 형식을 취하는 미디어 아트가 곧 레디메이드 아트인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 통신의 매체 또한 레디메이드다. 대중문화적 이미지를 활용한 팝아트나 정크아트, 아상블라주도 레디메이드아트다. 관람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해프닝이나 퍼포먼스도 일종의 레디메이드아트로 볼 수 있다. 즉 레디메이드가 20세기와 21세기 미술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다줬다. 이러한 레디메이드의 개념은 마르셀 뒤샹이 자전거 바퀴, 병걸이, 남성용 소변기, 눈삽 등을 미술품으로 제시한 데서 확립됐다. 

뒤샹이 레디메이드를 처음 선정하게 된 것은 무료함 때문이었다. 그는 직업화가가 되기를 거부했다. 아이디어가 없는 그림, 내러티브가 없는 그림은 망막적 그림이라면서 경멸했다. 뒤샹은 자신이 그림을 그리지 않는 이유가 아이디어의 고갈 때문이며, 아이디어가 생기면 언제든지 다시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다. 그는 20세기 미술을 18세기 미술보다 못하다고 비판했는데, 18세기는 17세기에 비해 미술이 퇴보한 시기였다. 이러한 비판은 대부분의 화가들이 망막적 그림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모더니즘의 수호자 클레먼트 그린버그는 “그림이 회화처럼 보여야 하고 그럴 때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뒤샹에게 그런 그림은 망막적 그림일 뿐이었다. 

뒤샹의 미학은 한마디로 아이러니였다. 그는 유럽은 물론이려니와 어떤 문화와 미술의 경향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지기를 원했다. 그가 레디메이드를 미술품으로 선정한 것은 모더니즘을 종식시키는 행위였다. 그의 레디메이드는 모든 사람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거나 혹은 모든 것을 의미했다. 

뒤샹에게 미술의 본질은 아이디어와 내러티브였다. 레디메이드는 아이디어와 내러티브를 옹호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 미술품은 아니었다. 그가 남성 소변기를 ‘샘’이라는 제목으로 출품했던 까닭도 그것이 미술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한 상징물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선정한 자전거 바퀴, 병걸이, 눈삽 등은 미술품으로 보전하려는 의도가 없었으므로 사라져 없어졌다. 그가 미술품이 아닌 예술가들에게만 관심을 가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단순히 사물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창작이 될 수 있으며, 미술품은 정의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예술가의 아이디어 혹은 내러티브가 곧 미술이라는 것이 뒤샹의 생각이었다. 

『마르셀 뒤샹』
김광우 지음│미술문화 펴냄│344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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