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은 마음을 위한 보양식” 국립중앙도서관 7월 사서추천도서
“더위 먹은 마음을 위한 보양식” 국립중앙도서관 7월 사서추천도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7.08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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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7월은 예부터 가장 더위가 심한 달이라고 알려졌다. ‘작은 더위’라 불리며 본격적인 여름철 더위가 시작되는 시기인 ‘소서’(7일)와 ‘불볕더위’ ‘찜통더위’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절기 ‘대서’(23일)가 모두 7월에 있다. ‘초복’(10일)과 ‘중복’(20일) 역시 이달에 있는데, 8월에 있는 말복(11일)과 함께 ‘삼복’이라고 불린다. 

예부터 조상들은 이 시기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시원한 계곡이나 개울에 발을 담그며 몸에 좋은 음식을 먹었고, 이를 ‘복달임’ 풍습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조상들의 이러한 지혜는 현대에도 이어져 7월이면 사람들은 계곡으로, 바다로 떠나고 삼계탕 등 보양식 집은 문전성시다. 더위로 올라간 몸의 온도를 낮추고, 기가 허해진 몸을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보충하는 것이다. 그런데 왠지 뭔가가 빠진 것처럼 허전하다.

“삶에 지쳐 용기가 필요한 현대인에게 힘을 내고 회복하라는 은유로 ‘닭고기 수프’를 사용했다.” 1993년 미국에서 출간돼 15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그러고 보면, 올여름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비단 몸에만 보양식이 필요한 것은 아닐 듯하다. 

시원한 바다나 계곡에 가서 삼계탕을 먹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시원한 에어컨이 켜진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한권을 손에 쥐는 것은 어떨까. ‘국가대표 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하는 이달의 책을 소개한다.

■ 소년이로
편혜영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256쪽│13,000원

『소년이로』는 가족의 죽음, 예기치 못한 사고 등 살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시련들 앞에 속수무책으로 놓인 ‘어른’의 모습을 보여 주는 소설집이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비밀을 공유하게 된 중학생 유준과 소진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소년이로」, 교통사고로 자유롭게 몸을 쓸 수 없게 된 대학교수 오기와 그를 병간호하는 장모와의 불편한 동거를 다룬 단편 「식물애호」. 그리고 군대 후임을 폭행한 처남의 범죄를 무마하려는 아내에게 탄원서를 강요받는 회사원 지명을 그린 「개의 밤」까지 총 8편의 단편소설들이 실려 있다. 특히 「식물애호」는 지난 2017년 미국에서 발행하는 잡지 <더 뉴요커>(The New Yoker)에서 금주의 소설로 선정돼 눈길을 끈 작품이다. 
이 책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한 개인의 삶과 심리를 작가 특유의 간결한 문체로 담아내면서도 그 속에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게 한다. 우연히 피할 수 없는 사고와 불행을 맞닥뜨린 주인공들의 현실이 어쩌면 그 어떤 공포소설보다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책 속 한 문장 

“수만은 그저 운이 없었다. 짐작할 수 없고 모르는 채 당하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애를 쓰거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준비하거나 노력할 수도 없었다. 그냥 벌어지는 일일 뿐이다.” <111쪽> 

■ 위험한 시간 여행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고상숙 옮김│392쪽│15,500원

아드리안이 사는 미래의 미국은 사람들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억압하는 독재사회다.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 연설문의 내용이 반역적이라는 이유로 4년 추방형을 받고, 80년 전 위스콘신주의 작은 마을로 쫓겨난다. 그녀가 떨어진 곳은 1959년. 누구에게도 자신의 진짜 신분을 밝히지 못한 채 대학교 신입생인 메리 엘렌으로 생활하게 된 그녀는 외로움과 상실감에 빠져 우울한 학교생활을 한다. 그리고 그러던 중 심리학 강사 울프만을 만나고 그도 자신처럼 미래에서 추방당했다고 확신하며 친밀감을 느낀다. 결국 그녀는 그를 짝사랑하게 되고 울프만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데.... 정말 그녀의 생각대로 울프만은 미래에서 온 사람일까? 그도 그녀를 사랑하게 될까? 그녀는 시간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미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55년 동안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 오며 해마다 유수 문학상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조이스 캐롤 오츠의 첫 SF소설로, 예상치 못한 결말로 독자들을 이끌며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미래와 과거를 그리며 억압과 저항, 그리고 진정한 자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짝사랑의 경험을 떠올리거나 80년 전 과거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며 읽어보면 더욱더 재미있을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주어진 시간 안에서 견뎌내는 거야. 어디에서 살건 한 번에 하루씩 견뎌내는 것은 똑같아.” <361쪽>

■ 미루기의 천재들 
앤드로 산텔라 지음│김하현 옮김│어크로스 펴냄│240쪽│13,800원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명언이 있지만 어떤 일을 미루지 않고 실천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책은 『종의 기원』을 출간하기까지 20년이나 걸린 다윈, 의뢰받은 지 25년 뒤에야 그림을 납품하며 세기의 명작 ‘암굴의 성모’를 남긴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역사적 인물들의 의도치 않은 ‘미루기’가 낳은 위대한 업적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미루기’를 두려움과 완벽주의가 만든 자아 효능감의 방패, 우울의 증상, 도덕적 실패, 노동자들의 분노와 저항의 결과, 햄릿의 망설임처럼 양심과 자아 성찰의 결과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미루기’가 더 이상 게으름의 상징이 아닌 창조적 영감의 원천임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거장의 사례를 통해 말하고 있다.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서 오늘도 ‘미루는 나’에게 이 책의 ‘미루기 천재들’이 선사하는 위안을 선물해보자.  

책 속 한 문장

“일을 미루는 사람은 우울하고 망상에 빠져 있고 자기 파괴적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낙관주의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지금보다 더 적합한 시기가 있을 거라고 늘 믿는다.” <91쪽>

■ 법 앞의 예술
조채영 지음│안나프루나 펴냄│164쪽│13,500원

저작권법 제1조에는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저자에 따르면, ‘저작자의 권리 보호’와 동시에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도모’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저작권법의 숙명이자 딜레마다. 문화예술 콘텐츠는 저작자의 창작물인 동시에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일종의 공공재이므로 저작자와 이용자 중 어느 일방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작권법의 복잡다단함은 여기서 비롯된다. 그리고 정해진 답은 없다. 다만 좀 더 나은 판단을 위한 치열한 고민이 있을 뿐이다. 이 책은 그 고민을 도와줄 저작권 실무 사례집이다. ‘서태지’와 ‘구름빵’, ‘조영남’ 등 우리가 매체를 통해 익숙하게 접했던 일련의 상황에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지 등 저자는 교과서적으로 저작권을 설명하는 대신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독자 스스로 생각해 볼 여지를 준다.
인터넷 미디어의 확산으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다. 초등학생 장래 희망 1순위로 ‘유튜버’가 꼽히는 지금, 저작자와 저작물 그리고 이용자가 어떻게 합리적 공존을 이룰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함께 고민해보자.

책 속 한 문장

“저작권은 사회가 발전하면서 논의를 통해 다듬고 발전시켜온 치열한 합의의 결과물이다. 저작권을 주장하는 권리자도, 침해를 부정하는 이용자도 합리적인 이성을 통해 저작권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13쪽>

■ 바벨탑 공화국
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 펴냄│284쪽│15,000원

저자는 더 높은 서열을 차지하기 위한 각자도생형 투쟁을 상징하고자 구약성서의 바벨탑 이미지를 빌려왔다고 한다. ‘누구에겐 천국이지만 누구에겐 지옥인 한국’ ‘서열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사회’ ‘의자 뺐기 게임과 희망고문의 사회’ ‘승자독식주의 학습’ ‘학습된 무력함’ ‘내부 식민지와 줄서기 문화’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사회적 단면들을 상징적이고 핵심적인 말로 표현하며 한국사회의 민낯을 설명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책 속 한 문장 
 
“바벨탑 공화국의 시민은 다른 면에선 선량할망정 자신의 서열과 그에 따른 이익을 지키려는 데는 악착같고 집요하다는 걸 어찌 부정할 수 있으랴. 그런데 이 하향평준화에 대한 거부감 또는 공포는 과연 얼마나 타당한 걸까? 이는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해서도 작동하는 감정이기에 하향평준화라는 말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요구한다.” <142~143쪽> 

■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새라 케슬러 지음│김고명 옮김│더퀘스트 펴냄│352쪽│16,500원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 듯이 노동을 사고파는 '긱 경제'(gig economy) 시대가 시작됨에 따라 일과 직업을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긱 경제’ 종사자들은 회사에 속해 있지 않은 독립계약자다. 저자는 다양한 ‘긱 경제’ 종사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일, 노동의 미래를 분석한다. 프로그래머인 커티스는 '긱 경제'를 통해 프리랜서 프로그래머가 돼, 자신이 가진 전문성으로 조직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며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긱 경제’ 종사자들 중 운전기사, 청소원 등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오히려 삶의 만족도가 낮아졌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성 있게 일할 수 있지만, 독립계약자이기 때문에 아파서 일을 쉬면 수입이 줄어들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고용보험 등 각종 복지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심지어 각종 수수료를 내느라 일을 아무리 많이 해도 수입이 적은 날도 있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며,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지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도 '긱 경제'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플랫폼 노동자들이 등장했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책 속 한 문장

“직업이란 모름지기 9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하는 것이라는 관념이 완전히 소멸할 수도 있다.” <96쪽>

■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
정승규 지음│반니 펴냄│292쪽│16,000원

인간의 삶은 약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머리나 허리가 아플 때는 진통제를 찾고, 마취 없는 수술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아플 때만 약을 찾는 건 아니다. 장 건강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를 먹고, 에너지 넘치는 하루를 위해 비타민을 복용한다. 얼마 전 구글 엔지니어링의 대표이사 레이 커즈와일이 하루에 영양제를 150알이나 먹는다고 해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한편, 약이 오용되고 남용돼 마약 중독이라는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도 마약사범이 늘어나고 있다. 강력한 법규와 대대적인 단속으로 오랫동안 마약 청정국 지위를 유지했지만 이제는 깨진 상태다. 17년 기준 우리나라 마약사범은 10만 명당 28명으로 유엔 기준 10만 명당 20명 미만보다 많다.
약, 약, 약. 그런데 이렇게 많은 약은 도대체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대다수는 그동안 약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먹어왔을 것이다. 약사인 저자는 이 책에서 항생제, 소염진통제, 마취제, 비타민, 혈압약 등 인류에게 중요한 12가지의 약을 역사적 관점에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한다.     

책 속 한 문장

“신약 개발의 역사적 흐름을 보면 ‘병이 있는 곳에 약이 있다’라고 할 수 있다 질병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약을 만들었다. 아주 우연히 발견한 약도 있고, 정밀 조사와 과학적 방법으로 만든 약도 있다. 질병이라는 도전에 인간은 약으로 응전했다.” <21~22쪽>

■ 라멘이 과학이라면
가와구치 도모카즈 지음│하진수 옮김│부키 펴냄│248쪽│15,000원

라멘은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친숙하고 인기 있는 음식이다. 저자는 이렇게 맛있는 라면을 주제로 과학과 교양을 버무린 책을 펴냈다. 어떻게 하면 라면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왜 음주 후에는 꼭 라면이 당기는지 등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주제를 과학적인 근거로 설명해 준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인스턴트 라멘을 다룬 부분도 눈에 띈다. 저자는 ‘컵 라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컵 라멘의 제조 공정과 기술을 몸소 체험하고 맛을 보면서 라멘의 기원에서부터 모든 궁금증의 해답을 구하기도 한다. 저자에 따르면 라멘의 주재료인 면발과 육수, 그리고 국물의 온도 심지어 먹는 소리까지도 라멘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라멘을 먹었다면 이 책을 읽은 후에는 평범한 라면 한 그릇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짠맛과 감칠맛의 밸런스는 온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같은 라멘이라도 온도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거죠.” <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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