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헌율 익산시장 “잡종” “튀기” 논란... “칭찬에도 ‘인권감수성’ 필요해”
정헌율 익산시장 “잡종” “튀기” 논란... “칭찬에도 ‘인권감수성’ 필요해”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6.27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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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율 익산시장. [사진=연합뉴스]
정헌율 익산시장.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똑똑하고 예쁜 애들(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자녀 )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한 다문화가정 행사에서 전한 축사에서 비롯한 ‘다문화가족 비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정 시장이 지난달 11일 원광대학교에서 열린 ‘2019년 다문화가족을 위한 제14회 행복나눔운동회’에서 전한 ‘잡종 강세’ 발언에 여론은 싸늘한 모습이다. 다문화가족 자녀를 식물이나 가축에 주로 사용하는 ‘잡종’에 비유했다는 이유에서다.

정 시장의 축사 이후 익산참여연대, 전북평화인권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는 잇따라 규탄 성명 발표하면서 정 시장에 대한 비판 여론은 뜨겁게 들끓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20일 정 시장은 “용어 선택이 적절하지 못했다”며 사과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한 말이다. ‘당신들은 잡종이다’라고 말한 게 아니라 행사에 참석한 다문화가족들을 띄워주기 위해 한 말”이라는 해명이 더 큰 반발을 불렀다. ‘튀기’는 종(種 )이 다른 두 동물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를 지칭하는 ‘특이’에서 비롯된 말로, 6·25전쟁 이후 혼혈아를 칭하는 말로 쓰이다가 최근에는 차별적 용어라는 이유로 더는 사용하지 않는다.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더욱 키우면서 지난 24일에는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애쓰고 있는데 정 시장이 찬물을 끼얹어 화가 난다”며 자신을 아이 셋을 둔 다문화가정의 엄마라고 밝힌 이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1만8,000명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27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해당 청원 동참자는 3만4,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25일에는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6개 단체가 전북 익산시청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제대로 된 사과와 혐오발언을 책임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정 시장은 ) 다문화 자녀를 문제가 될 수 있는 관리 대상으로 표현했다. 이번 사건은 다문화가족이 일상적으로 차별에 노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라며 “정 시장의 발언은 용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26일에는 한국인과 결혼한 프랑스 출신 방송인 이다도시가 본인 페이스북에 프랑스어로 “멍청하다! 익산시장이 다문화 가족 아이들을 ‘잡종’(jabjong ), ‘하이브리드’(hybrid ) 같은 존재로 말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슬프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정 시장의 발언에 비하 의도는 없었던 듯하나, 주변의 편견 어린 시선과 차별에 이미 숱한 상처를 받았을 다문화가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인권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러 시민단체가 정 시장에게 “인권감수성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소리 높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문화가정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23일 리오그란데강에서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가려던 엘살바도르 출신 남성이 안고 있던 23개월 딸과 함께 익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엘살바도르는 12년간의 오랜 내전은 끝났지만, 갱단이 활개치는 등 정치·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다. 이 때문에 그간 미국은 엘살바도르인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해왔으나, 지난해 말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난민 지위’ 철폐는 물론 기존 이민자들까지 추방하겠다고 밝혀 난민의 입지가 더욱 좁아진 상황이다.

부녀의 죽음으로 반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민주당이 (이민자들의 미국 입국을 막도록 ) 법을 바꿨다면 그것(죽음 )을 즉시 멈출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훌륭한 아버지와 딸이 당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난민 수용 정책으로 인해 난민이 죽었다’고 해석되는 트럼프의 발언에 “난민 수용에 경제논리를 적용해 미국인의 인권이 난민 인권보다 우선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배우 정우성은 책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에서 “(인권 문제는 ) 누가 누구보다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인권에는 우선순위가 없다. 인간은 누구나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인격체”라며 “우리 모두가 서로를 더욱 사랑하고 존중하는 보다 나은 세상을 상상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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