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200만 시위의 진짜 이유는 ‘시진핑’?… 언론은 탄압, 출판인은 실종
홍콩 200만 시위의 진짜 이유는 ‘시진핑’?… 언론은 탄압, 출판인은 실종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6.17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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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각)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해 검은 옷 입고 거리로 나온 홍콩 시민들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지난 9일 주최 측 추산 103만명에서 16일 2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 2017년 기준 약 739만명인 홍콩 전체 인구를 고려하면 국민 7명 중 2명이 시위에 참여했을 정도로 대규모다. 인구가 약 5,000만명인 우리나라에서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시위 당시 최대 참가 인원이 232만명(주최 측 추산, 12월 3일)이었으니, 그 비율로 따지면 홍콩의 시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겠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를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래로 중국에 대항해 일어난 최대 규모 시위”라며 “시진핑 정권하에서 존재해왔던 홍콩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이 곪을 대로 곪아 결국 터진 것”이라고 평한다. 홍콩은 1997년 덩샤오핑의 ‘한 나라 두 체제’(一國兩制) 구상에 따라 2047년까지 ‘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를 보장받은 바 있다. 그런데 홍콩 시민들은 어쩌다 이렇게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됐을까.  

이번 시위의 표면적인 이유는 ‘범죄인 인도 법안’이다. 지난해 2월 한 홍콩 출신 19세 남성이 대만에서 임신한 20세 여자 친구를 살해한 뒤 홍콩으로 도피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에 대만에서 해당 남성의 송환을 요구했으나 홍콩 당국은 대만과 ‘범죄인 인도 협정’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협조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홍콩 당국은 오는 7월까지 ‘범죄인 인도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의회에 촉구했는데, 홍콩인들은 이 법안이 결국 중국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는 홍콩당국이 홍콩의 민주적 독립체제를 온전히 유지하기 위한 활동에 앞장서는 인권운동가나 반중국인사, 독립운동가를 중국으로 송환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고 반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홍콩인들이 이 시위를 벌이는 진짜 이유는 2013년 집권한 시진핑 정권하에서 유독 심해진 중국의 홍콩 자치권 탄압에 있다는 평이다. 홍콩기자협회의 크리스 영 기자는 책 『저널리즘의 신: 손석희에서 <르몽드>까지』에서 “사실 홍콩이나 중국 본토에서 언론인들이 감옥에 갇히는 건 지난 수십년 동안 극히 드물었다”며 “그러나 리더십과 국익이 위협받고 있다는 중국 시진핑 정부의 피해망상이 커짐에 따라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날이 갈수록 위축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주의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홍콩의 언론 자유도는 시진핑 전과 후로 극명하게 나뉜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2012년 54위였던 홍콩의 언론 자유 순위는 2019년 73위로 하락했다. 언론자유지수가 처음 발표된 2002년만 해도 홍콩의 순위는 18위였다. 

홍콩기자협회에서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 역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2018년 홍콩의 일반 대중이 매긴 홍콩의 언론 자유지수는 2018년 45점으로,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13년 49.4점과 비교해 4.4점이 떨어졌다. 이는 2013년 이래로 최저치이기도 하다. 홍콩의 언론인과 일반인은 이 조사에서 “중앙정부의 압력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주요 요소”라고 답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언론만이 아니라 출판의 자유도 제한됐다. 2013년 10월 『중국의 대부 시진핑』이라는 책을 출판하려던 홍콩의 출판인 야오윈텐(姚文田)은 중국 선전에서 체포돼 징역 10년 형을 받았다. 2015년에는 중국 대륙에서는 출간할 수 없는 책들을 출간하고 판매하는 홍콩 ‘퉁러완 서점’에서 책 『시진핑과 그의 여섯 여인』이라는 책의 출간을 준비하면서부터 주주와 직원 5명이 실종됐다. 이후 2016년 6월 실종됐던 출판인 중 한 명인 린룽지가 해당 실종이 중국의 소행이었음을 폭로했다.     

공교롭게도, 1989년 천안문사태 이후 가장 큰 정치적인 운동이라고 평가받아왔던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 역시 시진핑 집권 1년 후인 2014년에 일어났다. 2014년 8월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가 입법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이 불을 지폈다. 홍콩 행정장관 입후보 자격을 친중국계로 구성된 후보 추천위원회의에서 과반 지지를 얻은 인사로 제한하는 안이었다. 50만여명이 참가한 이 시위에서 홍콩 당국이 학생을 비롯한 시민들을 향해 최루탄을 쏘고 홍콩 시민들이 이를 우산으로 막아냈다고 해서 ‘우산혁명’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우산혁명’의 결과는 허무했다. 중국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했으며, 79일이라는 장기간의 시위에 경제 악화를 우려하는 홍콩 내 여론이 일어났다. 또한, ‘친중파’이며 현재 홍콩의 행정장관인 캐리 람이 1,000명에 달하는 시위 인원을 체포하는 등 강경 대응해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시위하는 홍콩 시민들 [사진= 연합뉴스]

한편 시진핑 주석이 홍콩에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경고한 이후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전개된 일련의 사건들은 중국의 홍콩 탄압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9월 홍콩 당국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뒤 강령상으로 홍콩 독립을 주장한 최초의 정당인 홍콩민족당(2015년 출범)의 활동을 금지했다. 국가안보와 공공안전, 공공질서 등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사회단체의 해산을 가능케 한 ‘사단(社團)조례’에 따른 조치였다.  

지난해 10월에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저널리스트 빅터 맬릿의 홍콩 비자 연장 신청이 거부되는 일이 있었다. 홍콩 정부는 이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으나, 맥락상 이 역시 홍콩 자치권 탄압의 일환이었다. 홍콩의 독립운동을 지지해온 활동가 앤디 찬이 2018년 홍콩외신기자협회의 오찬연설자로 초대됐고, 맬릿은 당시 홍콩외신기자협회의 부회장이었다. 맬릿은 당시 페이스북에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다시 읽을 것”이라며 중국과 홍콩 정부에 일침을 놓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영국에 망명한 중국 작가 마젠(馬建)이 홍콩 타이쿤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국제문학축제에서 시진핑 주석을 풍자한 『차이나 드림』(中國夢)을 발표하고 연설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축제 주최 측은 갑자기 타이쿤 아트스페이스로부터 장소를 빌려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이후 마젠이 정치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겠다고 표명한 뒤 이 사건은 일단락됐다. 올해 4월에는 ‘우산혁명’의 지도자였던 킨만 홍콩중문대 교수와 베니타이 홍콩대 교수, 추이우밍 목사 등 9명이 징역형을 받았고, 이달 대규모 시위가 터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 2018’에 참가한 홍콩 언론인 크리스 영은 이와 같은 홍콩의 현실을 설명하며 “진실과 거짓이 있을 때, 세상 모두가 거짓을 말하더라도 당신이 진실을 고수했다면 당신은 미친 사람이 아니다”라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문장을 인용하며 이같이 말한다. “언론인들은 진실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분적인 진실과 거짓들 사이에서 찾아내고 말하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요. 누군가는 요즘 같은 세상에 언론인이 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도 말합니다. 우리 모두 계속해서 미친 사람으로 남아 두려움 없이 진실을 밝히고 진실을 말합시다.” 그가 지키는 진실에 힘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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