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죽자’는 부모, 문제는 소유욕?... “말 한마디가 인생이 된다”
‘같이 죽자’는 부모, 문제는 소유욕?... “말 한마디가 인생이 된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5.2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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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흉년에 자식은 배 터져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모두가 배곯는 흉년에 ‘내 자식도 나만큼 배고플 것’이란 생각에 부모가 자녀에게 먹을 것을 몰아주면서 부모는 계속해서 배곯고, 자녀는 너무 많이 먹어 배가 터진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자녀에게 자신의 감정을 투영해 사랑을 전하는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지만, 간혹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그릇된 인식으로 변질되기도 해 주의가 요구된다.

자식 사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이 지닌 본능이지만, 최근 자식에 대한 사랑이 그릇된 방식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족 집단 자살을 들 수 있는데, 부모가 신변을 비관해 목숨을 끊으면서 자녀의 생명도 앗아가는 경우다. 지난 6일 부산에서는 신변을 비관한 아버지가 장애가 있는 아들의 머리를 가위로 찌르고, 자신은 농약을 마셔 목숨을 끊으려 한 사건이 있었고, 이튿날인 지난 7일에는 60m 높이의 울산대교에 오른 모녀가 “사는 게 힘들다”며 투신을 시도하다 구조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같은 날 김포시에서는 4인 가족이 자살을 시도해 어린 딸만 살아남은 사건도 있었다.

잇따라 발생한 가족 동반 자살 시도에 여론은 반으로 나뉘었다. “자식이 무슨 죄냐. 갈 거면 혼자 갈 것이지 무슨 권리로 자식 앞길마저 끊어놓나? 자식이 부모 소유물인가”라며 부모를 몰아세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부모로서 오죽하면 그랬겠냐.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부모 없이 혼자 겪어내야 할 자식이 걱정돼 그랬겠지. ‘내 것이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이기적인 소유욕보다는 ‘나처럼 살게 하고 싶지 않다’는 안타까운 소유욕에 더 가까운 듯하다”며 부모를 두둔하는 의견도 있었다. 해당 사건을 대하는 의견에 온도 차는 있었지만,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대체로 동일했다.

비단 이처럼 극단적인 상황 외에도 자식을 소유물로 여겨 함부로 대하는 상황은 우리생활 곳곳에서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언어생활에도 자녀를 소유물로 인식하는 태도가 은연중에 반영돼 있다”고 지적한다. “말 안 들으면 버리고 간다” “계속 그러면 무서운 아저씨가 잡아갈 거야” 등 아이가 부모 말을 잘 듣게 하기 위해 하는 저강도 협박(?)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세이브더칠드런]
사진 왼쪽부터 '꿈이 그것밖에 안돼' '난 너 하나만 보고 살아'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거야'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거야' [사진=세이브더칠드런]

이와 관련해 아동 권익 신장을 주창하는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말 100가지’를 선정하고 그 말을 들을 때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해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단체 관계자는 “아동을 온전한 인격체가 아닌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시선을 바로잡고자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공개한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말 100가지’에는 일상에서 많은 부모가 잘못됐다는 인식 없이 사용하는 말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것마저 못하면 뭘 할 수 있겠니” “꿈이 그것밖에 안 돼? 욕심을 좀 가져봐” “내 말이 맞으니까 말 들어”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세이브더칠드런은 각각 “이걸 한번 해봤으면 좋겠는데 어려우면 이야기해도 좋다” “네 꿈이 그것이구나.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꿈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줄 수 있어?” “엄마(아빠) 생각은 이런데, 네 의견은 어때?” 등의 표현을 추천했다.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대표는 책 『하루 5분 엄마의 말습관』에서 “나는 내 아이에게 미소 짓기만 해도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 평생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엄마(아빠)의 말 한마디는 아이의 인생이 된다”고 말한다.

내 것이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소유욕과 자녀를 올바로 키워내겠다는 책임감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는 부모의 인식이 바뀔 때, 부모와 자녀 모두 조금 더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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