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해 고민하는 일은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며, 인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과학적 회의주의자를 위한 잡지 <스켑틱>(Skeptic)의 창립자이자 발행인 마이클 서머는 이 책에서 죽음과 사후세계, 영생, 유토피아 등에 대해서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과 믿음들을 과학적 접근방법에 의해 총체적으로 풀어낸다.
책의 원제목은 ‘지상의 천국들’(Heavens on Earth)이다. 세계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사후 세계와 영생에 대한 믿음은 ‘천국들’이라고 표현할 만큼 다양하고 많은데, 이런 믿음은 인간의 본성과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러한 관념이 어떤 원리로 인해 생겨났는지에 주목한다.
우리 문화와 역사에서 죽음과 가장 가까운 것은 종교나 신화일지 모른다. 저자는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를 분석하며 이 종교들의 천국과 지옥, 육신과 영혼의 부활, 유일신 개념에 대해 파악해본다. 또한, 죽을 운명에 대한 자각이 어떻게 신화와 종교의 창조로 이어졌는지를 고고학자와 역사가들을 만나 알아본다.
디팩 초프라(Deepak Chopra) 같은 현대 영적 지도자와 종교 내 영적 구도자들을 만나 죽음을 초월하는 의식은 무엇이며, 영생을 구할 수 있다는 그들의 믿음도 살펴본다. 기이한 심리적 체험을 설명하려는 인지과학자들과 죽은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하는 영매들도, 임사체험과 환생을 사후세계의 존재 이유라고 주장하는 학자와 과학자들도 이 책의 소재다.
근본적 수명 연장(radical life extension)과 노화의 최소화(minimal senescence), 항노화 처치법, 인체냉동보존술(cryonics), 트랜스 휴머니즘(transhumanism) 생활방식, 특이점 기술(singularity technologies), 컴퓨터 정신 업로드(computer mind uploading) 등 대안을 통해 영생을 이루려는 비종교 철학자와 과학자들도,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몽상가들도 이 책에서 다뤄진다.
『천국의 발명』
마이클 셔머 지음│김성훈 옮김│아르테 펴냄│468쪽│2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