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예술대상 김혜자, 그 수상소감이 선사한 ‘눈부신’ 위로
백상예술대상 김혜자, 그 수상소감이 선사한 ‘눈부신’ 위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5.02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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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김혜자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배우 김혜자가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한 수상소감이 회자되고 있다. 이날 김혜자는 올해 2,3월 방영된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로 TV 부문 대상을 받았다. 수상소감은 드라마 속 내레이션이었다. 수상대에 오른 그는 “우리는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라며 “여러분이 좋아해 주셨던 내레이션을 하면 좋겠다 생각해서 대본을 찢어왔다”고 밝히며 내레이션을 읽어나갔다. 

김혜자의 수상소감은 그다음 날인 2일 각종 포털의 인기검색어 순위 상위에서 오랫동안 내려오지 않았다.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되더라도, 산다는 것 자체로 세상은 아름답다’ ‘과거나 미래에 천착하기보다는 현재를 살아가라’는 메시지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김혜자의 수상소감이 전한 이러한 ‘위로’는 최근 몇 년간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몇몇 책들의 문장을 생각나게 한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아직 찾아오지 않은 행복을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는 지금의 행복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125쪽>
“멋지지 않으면 어떤가요? 눈앞의 행복을 잡아요. 다른 사람의 시선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에요. 행복을 잡기 위해 초조해하고 발버둥 쳐도 괜찮아요. 어떻게든 찾아온 행복을 꽉 움켜쥐세요!” <132쪽> 
지난해 교보문고·영풍문고·예스24·인터파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캐릭터 에세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지난해 3월 출간 )도 김혜자의 수상소감만큼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가끔은 슬퍼도, 우울해도 된다. 그 시간이 없다면, 행복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물론 우리는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나 역시 당신의 행복을 빈다. 하지만, 몇 번을 묻는다 해도 삶의 목적은 언제나 삶, 그 자체일 뿐이다.” <242쪽> 
“더 이상 과거에 붙잡혀 살고 싶지 않다면 과거의 연약했던 나에게 위로를, 미성숙했던 그 모든 존재들에게 작별을 고해야 한다.” <263쪽>
지난해 엄청난 인기를 끌어 100쇄 기념 스페셜 에디션까지 출간됐으며, 올해도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심심찮게 보이는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2016년 11월 출간 )도 주로 냉담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안아주는 글을 담았다. 

“언제까지 아직 보지도 못한 뒷일 걱정으로 오늘을 살 작정인 거예요. 지금 당장 즐거운 일을 해야죠.” <51쪽>
“나의 모든 순간은 너였어. 사랑했던 때도, 아파했던 때도, 이별했던 그 순간까지도. 너는 나의 세상이자 모든 순간이었어.” <148쪽>
지난해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오르지 않은 적이 거의 없었으며,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 등장하기도 한 하태완 작가의 『모든 순간이 너였다』(지난해 2월 출간 )는 독자를 마치 연애 상대라도 되는 듯 위로하며 자존감을 북돋웠다.

이기주 작가가 책 『언어의 온도』에 적었던 것처럼, 마치 온도가 느껴지는 듯한 따듯한 말들이다. 이런 따듯한 말들이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따듯한 말들에 굶주려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우리가 일상에서 날카로운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뱉고 있고, 또 그 말들에 둘러싸여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해 위로의 한 마디 건네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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