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베스트셀러는 김미경과 ‘북드라마단’이 만든다… ‘연쇄 인플루언서 마케팅’
요즘 베스트셀러는 김미경과 ‘북드라마단’이 만든다… ‘연쇄 인플루언서 마케팅’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4.10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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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MKTV 김미경TV’ 캡처]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이게 갑자기 왜?” 
매주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피는 기자는 가끔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은 보통 출간 전후로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며 그 조짐이 보이기 마련인데, 때때로 출간된 지 수년이 지난 도서가 뜬금없이 대형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오른다거나, 출간 전후로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던 책이 출간된 지 몇 주, 혹은 몇 달이 지나 갑자기 인기가 급상승할 때가 그렇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에는 2014년 출간돼 거의 잊히다시피 했던 미국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의 책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이 그랬다. 이 책은 3월 넷째 주(2019년 3월 21일~2019년 3월 27일 ) 인터파크와 예스24에서 ‘갑자기’ 주간종합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올랐으며, 4월 첫째 주 역시 두 서점에서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인기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배우 박보검이 송혜교에게 선물했다거나(나태주 시인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배우 박민영과 박서준이 한 회에 세 번이나 읽었다거나(하태완 작가 『모든 순간이 너였다』 ), 아이돌 그룹 ‘워너원’이 해체 한다거나('워너원' 포토에세이 『고마워, 우리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 ) 하는, 해당 도서와 관련된 소위 ‘빅 이벤트’도 없었다면 더욱 그 궁금증은 심해진다. 대체 이 책의 인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 

돌아보면 이런 책이 많아진 것은 지난해 12월 셋째 주부터였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정신과 의사 문요한의 책 『관계를 읽는 시간』이 12월 셋째 주 인터파크 eBook 종합베스트셀러 순위 2위에 오르면서부터 의아했다. 저자가 당시에는 엄청난 유명인도 아니었으며, 출간 전후로 어떤 큰 파장을 일으키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0일에 출간된 스펜서 존슨의 자기계발서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가 갑자기 1월 첫째 주 인터파크 도서부문 종합베스트셀러 순위 10위에 올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아함의 빈도는 높아지고 강도는 더 강해졌다. 미국 심리 전문가 브레네 브라운의 『마음가면』, 2016년에 출간돼 거의 주목받지 않았던 이 책은 올해 갑자기 1월 셋째 주 인터파크 종합베스트셀러 순위 8위에 올랐다. 지난해 7월 출간돼 대형 서점 주간베스트셀러 순위 10위권에 좀처럼 등장하지 않던 듀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댄 애리얼리의 책 『댄 애리얼리의 부의 감각』도 2월 셋째 주와 넷째 주 연속 인터파크와 예스24 주간베스트셀러 순위 10위 안에 든다. 지난 2월 출간돼 출간 전후로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셀레스트 헤들리의 『말센스』도 갑작스럽게 3월 둘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 인터파크와 예스24 주간종합베스트셀러 순위 10위권에 올랐다. 역시 지난 2월에 출간된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도 큰 홍보 없이 3월 둘째 주 교보문고를 제외한 예스24와 인터파크, 영풍문고에서 주간종합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었으며, 3월 셋째 주와 넷째 주에는 4개 서점 모두에서 10위권에 들었다. 지난 1월 출간된 김병완 작가의 『공부에 미친 사람들』도 갑자기 4월 첫째 주 인터파크 종합베스트셀러 순위 9위에 올랐다.  
  
얼마 전에야 이 책들이 이렇게 기이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인기의 뿌리에는 스타강사 김미경이 운영하는 구독자 59만명(10일 기준 )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MKTV 김미경TV’(이하 김미경TV )가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책 모두가 지난해 11월 30일부터 거의 매주 업로드 되고 있는 김미경TV ‘김미경의 북드라마’ 코너에서 소개한 책들이었다. 이 책들 모두 출간 전후로는 주목을 받지 못했거나, 출간된 지 오래돼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김미경TV에 소개된 직후부터 대형서점 종합베스트셀러 상위권으로 순위가 오른다. 9일 기준 지금까지 소개한 책 15권 중 무려 7권이 영상 업로드 직후 대형서점 주간종합베스트셀러 순위 10위권에 진입했으니 대략 타율이 5할인 셈이다. 

이미 출판사들 사이에서는 최근 가장 가성비 높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온라인상에서 영향력이 큰 이들에게 돈을 주고 자사 제품을 홍보를 부탁하는 일)으로 소문이 난 상태다. 동영상 하나에 비용은 대략 200만원선,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에 갑작스럽게 인터파크와 예스24에서 1위를 차지한 오프라 윈프리의 책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도 출판사 북하우스가 비용지원을 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북하우스 마케팅팀 관계자는 “보통 출판사에서 책을 여러 권 보내면 김미경TV 측에서 소개할 책을 결정해 연락하거나, 갑자기 이 책을 소개해도 되겠냐고 연락이 오기도 한다”며 “이 정도로 홍보 효과가 뛰어날 지는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책을 소개하는 수많은 홍보처 중에서 김미경TV가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인플루언서인 스타강사 김미경의 인지도가 한 몫 한다. 여기에 3달에 한 번 10명씩 선정하는 ‘북드라마단’이 힘을 보탠다. ‘북드라마단’은 김미경TV에서 선정한 도서를 읽고 블로그 등 본인의 SNS에 ‘#북드라마’라는 해시태그(단어나 여백 없는 구절 앞에 해시 기호 #을 붙이는 형태의 표시 방법 혹은 메타데이터)를 달고 서평을 올리는 인플루언서들이다. 이들에게는 3달간 총 12권의 책이 무료로 지급된다. ‘북드라마단’에 선정되고자 하는 일부 시청자들이 본인의 SNS에 활발히 서평을 작성하는 것도 홍보효과를 배가한다. 이 외에도 김미경TV 측은 매주 5권에서 10권 이상의 책을 SNS에 좋은 서평을 작성한 사람에게 보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활발한 홍보를 장려하는 것이다. 인플루언서가 인플루언서를 만들며 책 읽기를 장려하는, ‘연쇄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성공사례가 침체된 독서시장에 시동을 걸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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