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13년 차 기자의 9년 타향살이… 글쟁이의 '부탄' 탐구생활
[포토인북] 13년 차 기자의 9년 타향살이… 글쟁이의 '부탄' 탐구생활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4.17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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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민의 『이해하거나 오해하거나』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13년 동안 일간지 기자로 일하며 전쟁 같은 일상에 지쳐가던 즈음,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한 책을 보고 무작정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과 그로 인해 독일, 부탄까지 가게 된 저자가 전하는 9년간의 타향살이 이야기다. 

겁 많고 대책 없고 게으르기까지 하다는 저자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그 길에서 만난 독일인과 결혼해 독일 분식점에서 일하고, 스위스에서 단기 알바를 하고, 부탄 여행사에서 일하며 9년간 만난 별별 사람들의 개별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를 전한다. 

[사진출처=도서출판 서울셀렉션]
[사진출처=도서출판 서울셀렉션]

부탄의 수도 팀푸에서 동쪽으로 트롱사까지 가는 1차선 도로의 이름은 '내셔널 하이웨이'다. 차도 옆은 까마득한 벼랑이지만 안전울타리가 세워진 곳은 500m 정도의 구간뿐이다. 차를 타고 각도 깊은 S자로 구부러진 길을 이동하다 보면 반대편에서 난데없이 차가 나타나기도 하고 거대한 소 떼가 길을 막기도 한다. 경적을 울려도 꼬리를 당겨봐도 소들은 느릿느릿하기만 하다. 

[사진출처=도서출판 서울셀렉션]

부탄은 그야말로 개 천국이다. 개 중성화 5개년 계획 덕에 개체 수가 줄어 수도 팀부에 5,000마리의 개만 남았다고 하지만 아직도 팀푸에는 개가 도처에 널려있다. 그중 87%는 길거리가 집이다. 길거리 개들은 낮에는 몸을 돌돌 말아 잠을 자고 어스름이 내리면 무리 지어 다니며 영역 쟁탈전을 벌인다. 도로를 다니는 사람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지만, 중성화 작업팀이 나타나면 개들의 도망을 돕는 사람도 있다. 중성화는 개를 개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교 정신에 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사진출처=도서출판 서울셀렉션]

해발 3,000m 산골짝에는 스님 고등학교인 도르지닥 절이 자리한다. 그곳에서 생활하는 청년 스님 200여명은 틀리 같은 실밥이 겨우 붙들고 있는 축구공과 함께 주말을 보낸다. 공을 잘못 찼다가는 하나밖에 없는 공이 깍아지듯 가파른 비탈로 떨어지기 일쑤다. 그때마다 스님들은 가파른 길을 축지해 공을 건진다. 저자는 "거의 소림 축구"라고 표현했다. 수많은 관중 중 노란색 승복을 두른 꼬마 스님만이 다른 스님이 만들어 준 우산 그늘 아래서 경기를 관람한다. 알고봤더니 '린포체'(큰스님의 환생)란다. 다만 우산 그늘 외에 더이상의 특혜는 없다고 한다. 

[사진출처=도서출판 서울셀렉션]

팀푸 근처 게니카에서 참강까지 가는 다갈라 트렉 4박 5일 여정. 저자는 미국인 관광객 세명에 말 입곱 마리, 요리사 한명과 보조, 가이드가 따라붙는 '귀족 등산'을 떠난다. 하루 100달러 짜리 여행이었지만, 입에 맞지 않는 부탄 음식에 관광객 넷 중 셋이 설사병에 걸렸고, 이튿날부터 그들은 목적지를 향해 발을 부지런히 놀렸다. 저자는 "설사와 요리사로부터의 탈주"였다고 회고한다. 


『이해하거나 오해하거나』
김소민 지음 | 서울셀렉션 펴냄│328쪽│1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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