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들고 평일 외출 나간 김 일병... 新병영 속 고충은?
휴대폰 들고 평일 외출 나간 김 일병... 新병영 속 고충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4.0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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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명문대생은 원래 군 생활 적응 못 해? 비합리적이다 이거지? 니가 틀렸다는 게 아니라 그러면 니가 힘들어져. 왜 자꾸 말 나오게 대꾸를 해?”

좀처럼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승영을 향한 태정의 일갈이다. 대대장 CP병(당번병)으로 특유의 카리스마로 병사들을 휘어잡는 실세 병장 유태정. 무탈했던 그의 군 생활은 중학교 동창 이승영이 부사수로 들어오면서 걷잡을 수 없게 꼬이게 된다. 이승영이 군대 내 부조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좀처럼 군대 문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태정은 그런 승영을 감싸주려 노력하지만 변함없는 부적응에 급기야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쏠리자 태정은 승영을 거세게 몰아붙인다. 하지만 환경은 인간을 지배하는 법. 바람막이 태정이 제대한 후 부조리한 군대 문화에 젖어든 승영은 후임 허지훈을 교육(?)하다 자살에 이르게 하고 본인 역시 죄책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2005년)는 이처럼 한국 군대의 부조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인 성공을 거뒀다.

많은 영화에서 다뤄졌듯이 대중의 인식 속에 군대는 비효율적인 통제와 부조리가 가득한 곳이다. 권리보다는 의무가 자유보다는 통제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비합리적 색채가 강하게 비쳐져왔다. 하지만 최근 군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군인은 전투가 본연의 임무”라며 그간 사병이 동원돼 왔던 부대 내 제설/잡초 제거 업무가 민간에 위탁되고 2020년까지 군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된 것이다. 아울러 위수 지역(외출/외박 시 1시간 내 부대 복귀 가능 지역)이 폐지되고, 평일 외출도 가능해졌다. 또한 월급(2020년까지 병장 54만892원으로 인상)이 큰 폭으로 인상됐으며 지난 2일에는 군대 내 사병의 휴대전화 사용마저 허락됐다. “생각할 시간을 주면 사고 친다”며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던 과거와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런 변화에 따른 군인들의 만족도는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2018년 한국국방연구원이 공개한 「2018 국방사회조사통계사업」에 따르면 군간부/병(간부 1,700명·병 4,000명) 모두는 군 복지정책 변화에 대체로 만족(약 80% )한다고 응답했다. 봉급 40만5,669원(2018년 병장 기준 )을 2020년까지 54만892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다수(긍정 응답 77% ) 장병들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자율성 부여에 따른 안전/군기 사고 증가 우려도 아직까지는 큰 문제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 내 사망자는 1997년 273명에서 2016년 81명, 2017년 75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군기 사고의 경우 자살이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2018년 군대 내 자살 사건은 총 60건으로 2013년 80건, 2014년 76건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점차 증가하는 몸과 마음의 여유와 사고의 개연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다만 점차 줄어드는 안보 위협 인식 및 북한에 대한 적대인식 감소는 자칫 안보 불감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군대 내 개인주의 경향 확대는 ‘상명하복’의 군대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군 내 사건·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항명·상관 모욕·폭행 등의 군법 위반이 2.6배나 증가했다. 군대 내 상관 모욕에 따른 입건 수는 2014년 92건에서 2017년 237명, 2018년 6월까지 130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최근 군대 내 불어 닥친 변화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군 생활 전반적인 만족도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만족 응답률 50%)으로 집계됐다. 병사들의 개인주의 성향을 맞춰주는 만큼 융통성 있는 대인관계 능력 제고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38년간 군에 몸담으면서 국방대학교 부총장 등 각종 요직을 두루 거쳤던 박상묵씨는 책 『걱정말아요, 군대』에서 “지나친 경쟁과 출세지향적인 개인주의로 인해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보다는 ‘나’를 우선하는 개인주의가 팽배하다. (현시대 청년들은 ) 지적 능력은 뛰어나지만 상대와 협조하거나 동료와 조화롭게 지내는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며 “나는 군 교육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군대는 올바른 시민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이등병에서 병장까지 진급하면서 각 계급에 맞는 행위규범과 덕목을 체득하면서 소년기에서 노년기까지 압축된 인생을 공부할 수 있다”며 “이등병 시절 배움과 낮춤의 미덕 함양, 일병의 책임과 리더십, 상병의 솔선수범 정신, 집단을 대표해 간부와 소통하며 리더십을 배우는 병장까지, 군대는 올바른 시민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체득할 수 있는 훈련장이다”라고 강조한다.

시대 변화에 따라 개인 자유를 존중하는 것도, 부조리한 악습의 관행을 끊는 것도 중요하지만 군대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치와 의미의 발견에도 특별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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