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없는 ‘카톡’이 천리간다” 유인석과 용준형이 몰랐던 진리
“발 없는 ‘카톡’이 천리간다” 유인석과 용준형이 몰랐던 진리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3.14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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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대한민국의 오늘을 대변하는 사자성어를 꼽으라면 구화지문(口禍之門), 화생어구(禍生於口), 화종구출(禍從口出), 수구여병(守口如甁) 정도가 되지 않을까. 재앙은 말에서 나오니 입조심 하라는 의미를 담은 사자성어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하 카톡) 대화방에서 새어나온 말들이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카톡에서 튀어나온 ‘말’의 파장이 연쇄적이다. 최근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이하 단톡방)에서 쏟아진 말들은 가수 정준영과 배우 박한별의 남편 유인석(유리홀딩스 대표 ) 등 여러 사람을 성범죄 가해자로 드러내더니 이제는 불법촬영 피해자의 2차 피해까지 양산하고 있다. 13일에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회원들이 이달 초 개학연기 사태 등 주요 사안마다 “우리가 살려면 학부모를 이용해야 한다” 등 교육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말들을 단톡방에서 쏟아낸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샀다. 14일에는 가수 용준형의 소속사 어라운드어스 엔터테인먼트가 공식 입장을 내고 “용준형은 2015년 말 정준영과 술을 마신 다음 1:1 대화방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다가 대화방을 통해 공유받은 불법 동영상을 본 적 있으며 이에 대한 부적절한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결국 용준형의 그룹 ‘하이라이트’ 탈퇴로까지 이어졌다.    

흔히 “한번 엎지른 물은 주워 담지 못한다”라는 속담을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로 바꿔 말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 ‘말’이라는 것은 본래 물리적으로는 ‘소리’에 불과해 그렇게까지 힘이 강하지 않다. 공기 중으로 내뱉어진 말은 기록되지 않는 이상 순식간에 사라지고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잊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절친한 친구끼리 농담으로 하는 말들은 다소 도가 지나치더라도 며칠만 지나면 그 말이 어떤 말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카톡에서의 말은 다르다. 여기서 뱉은 말은 형체를 가지게 되고, 기록돼 그 무게는 공기 중으로 뱉어진 말보다 훨씬 무거워진다. 과장을 좀 보태면 카톡에 담긴 말들은 디지털로 기록되는 이상 거의 영원히 남는다고 할 수 있다. 카톡방을 나가더라도 마찬가지다. 포털사이트에서 ‘카톡 복원’을 검색하면 나오는 업체 중 한 업체에 연락만 하면 지워진 말들은 부활한다. 실제로 기자는 2년 전 카톡 기록까지 복원됨을 확인한 바 있다. 이렇게 복원된 카톡 기록은 재판에서 증거로써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톡에서 친구끼리 장난치느라 그런 건데 그런 말들을 다 신경 써야 하면 아예 입 닫고 살아야겠다”고 불편해한다. 카톡은 지금까지 절친한 사람들이 모여서 아무 말이나 나눠도 되는 굉장히 사적인 장소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사적인 자리에 모든 말을 기록하는 사관(史官)이 앉아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인지하게 된 것이다. 이 사관은 친구끼리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친근한 말이지만 대중에게 공개됐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말도 전부 기록한다.   

상황이 이렇다면 아직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완전히 떳떳한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언론의 보도 행태와 무자비한 사생활 정보의 유출을 보면서 자신의 카톡 메시지 역시 공개될까 봐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한 사람이 많다. 그렇기에 카톡에서 나눈 사적인 말들을 유출한 사람 혹은 경찰과 그것을 보도한 언론도 최대한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불만도 일리가 있다. 굳이 대한민국 헌법은 제17조(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와 제18조(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않는다)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어쨌든 ‘말’이 만들어낸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반드시 새겨야 할 점이 생겼다. 카톡에서의 말도 늘 ‘조심해야 할 말’이라는 것이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벽에도 귀가 있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라는 속담처럼, 어떤 말이라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는 카톡이라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카톡에서의 대화는 영원히 남는 말이기 때문에 입으로 내뱉는 말보다 훨씬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책 『언어의 온도』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이기주 작가는 책 『말의 품격』에서 “말은 생각과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이라며 “그걸 아무 생각 없이 대화라는 식탁 위에 올려놓다 보면 꼭 사달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말, 오늘날 더욱더 그 신중해야 함을 강조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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