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30년 가까이 한 해의 절반가량 배낭을 둘러메고 인도를 비롯한 여러 국경을 넘나들었다는 저자. 여행을 거듭할수록 진정한 문화이자 여행의 매력은 유적과 박물관, 혹은 건축물이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저자에게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은 “살아 숨 쉬는 서적이었고, 영감을 자극하는 재료였으며, 인도인들의 표현처럼 각자 신성하고 고귀한 사원의 다른 이름”이었다.
인도 북서부 히마찰프라데시주 서쪽에 위치한 다람살라는 해발 1,300여 미터의 광활한 분지 지역에 형성된 깊은 산중마을. 인도에서 연간 강수량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우기에는 매일 한두 차례씩 비가 내리는, 그러나 우기를 제외하면 일조량이 풍부하고 선선해 인도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꼽히는 곳. 이곳에서 저자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이야기를 소설과 에세이가 섞인 형식으로 기록한다.
당시 나는 두 해 동안 돌마가 관리하는 빌라에 월세로 살고 있었다. 한 평 반쯤의 현관에 쪼그려 앉아 온종일 작업에 열중하던 캘상의 모습은 여간 궁색해 보이지 않았다. 탱화를 한 점이라도 더 그려야만 그것을 팔아 물감을 사고 가족도 부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돌마 부부는 가난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았다. <35쪽>
마지막 여덟 번째 장은 퍼포먼스의 진수였다. 티베트 전통 음식 가운데 하나인 보릿가루와 두루마리 화장지 두 개와 촛불과 탈을 소품으로 사용한 격렬한 춤이 이어지자 객석이 술렁거렸다. 이윽고 몸에 두른 화장지에 불이 붙자 그는 객석과 무대를 가리지 않고 불에 덴 짐승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39쪽>
박수나트 마을의 저물녘 풍경은 치명적이다. 슬금슬금 짙어지는 어둠의 농도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내 삶도 오늘 하루만큼 저물고 있구나’하는 각성이 들면서 새삼 주변 사물들에게 눈길이 간다. 그것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자연에 대한 외경이자 현재의 삶에 대한 반성을 동반하기도 한다. <77쪽>
『다람살라에서 보낸 한 철』
임 바유다스 지음│아시아 펴냄│144쪽│10,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