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폼장] 조선 시대에도 얄미운 상사는 있었다? 『조선 리더십 경영』
[지대폼장] 조선 시대에도 얄미운 상사는 있었다? 『조선 리더십 경영』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12.07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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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조광조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너무 바른생활 사나이였다고, 사심을 가지고 자기 세상을 만들려다가 화를 당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너무 자기 생각만 밀어붙이다가 상사인 중종을 위협했다는 견해는 같은 모양이다. 물론 조광조야 명분에 맞는 행동을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다른 사람의 소중한 '권위와 권한'을 건드리면 도로아미타불이다. 그래서 상급자의 '권위와 권한'을 건드리지 않는 간격 조절이 중요하다. 조광조는 설령 본인이 키를 쥐어도 상급자인 중종이 왕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했어야 한다. 회사생활에서 성공하기 위한 철칙은 본인이 진급하기 위해 상급자를 누르거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상급자를 진급시키는 것이다.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그렇다. 그래야 그 상급자가 끌어주든 공석에 자기가 올라가든 어떻게든 좋은 일이 일어난다. <30~31쪽> 

내가 볼 때 김종서는 이런 사람이었다. 자신의 능력이 뛰어난 것만 믿고 다른 사람을 한 수 아래로 보며 의견을 무시하는 꼰대였다. 이런 김종서의 사람됨을 잘 파악한 사람이 황희였다. 황희는 김종서가 입조한 이후부터 유난히 크게 혼냈다. 자기 돈으로 잔치를 하면 낭비한다고 혼내고, 자기에게 인사를 오면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혼냈다. 심지어 황희가 감기에 걸렸을 때 김종서가 쾌차하시라고 꿀을 보냈는데, 그것도 혼냈다. 이게 얼마나 심했으면 가급적 남의 일에 간섭을 하지 않는 세종이나 맹사성의 눈에도 밝혔나 보다. 이때 황희가 한 이야기를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김종서는 정말 뛰어난 친구다. 그러나 자기가 뛰어나다는 걸 알아서 거만한 구석이 있다. 이런 사람은 초장에 잡으면 훌륭한 신하가 되지만, 잡지 못하면 나라를 크게 망치는 사람이 된다." 나중에 황희가 죽은 후에야 김종서는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오해를 풀었다고 한다. <45쪽> 

세조는 유난히 술자리에 집착했다. 『세조실록』에 '술자리'가 언급된 횟수는 무려 467건이다. (중략) 세조가 술자리의 힘을 빌려 그들과 화합하려 했다는 이야기는, 달리 말하면 일상생활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유독 술자리에서 민감한 국가의 정책을 의논하고, 새로운 학문을 경연했다. 즉 세조의 술자리는 오늘날의 '국무회의'였던 것이다. 희한한 것은 아니다. 오늘날도 기업이나 정치인의 중요 정책이나 합의가 술자리에서 나오기도 하니 말이다. 세조는 왕으로서 업무를 수행할 때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분위기의 술자리에서 민감한 국사를 처리했다. 이는 대신들도 경계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도 이미지가 미스터 도리깨라 사람들은 많이 잊어버리지만, 세조도 한때 세종 밑에서 국가 중대사를 처리한 유능한 유학자였다. <55쪽> 

선조가 임진왜란 과정에서 골몰한 것은 나라를 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군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도권을 찾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임진왜란 후 선조의 왕권은 굉장히 취약해졌다. 신하들이 대놓고 "이젠 선위 하시죠"라고 밀어붙일 정도였다. 이후 선조의 정책은 비난을 벗어나는 데만 집중됐다. 이는 가짜 리더가 진짜 리더의 발목을 잡는 과정과 흡사하다. 때로는 진짜 리더가 무너지는 계기가 된다. 진짜 리더의 빛을 못 이긴 가짜 리더 선조는 이순신 제독을 백의종군 시키고, 의병장들을 파직, 처형했다.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자신이 명나라 군대를 불어온 것이 승리의 핵심이라고 우겼다. 물론 명나라 군대의 역할은 중요했다. 이순신 제독이 명나라 장수 진린을 그렇게 잘 대접한 것도 그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조는 이런 사람이었다. 남의 공은 깎아내리고 자신의 공만 띄우는 얄미운 상사였다. <129쪽> 


『조선 리더십 경영』
윤형돈 지음 | 와이즈베리 펴냄|264쪽|15,000원

* 지대폼장은 지적 대화를 위한 폼나는 문장이라는 뜻으로 책 내용 중 재미있거나 유익한 문장을 골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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