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사태’ What? 중심 잃은 '트럼프' Why?... ‘실리 vs 정의’
‘카슈끄지 사태’ What? 중심 잃은 '트럼프' Why?... ‘실리 vs 정의’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10.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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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 왕실과 정책을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해 온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에 주재한 자국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사우디 왕실이 파견한 암살단에 의해 고문·살해당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는 가운데 사우디 응징까지 시사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가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사우디 왕실의 ) 무죄가 입증되기도 전에 유죄로 단정하고 있다”며 “우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사우디 왕실을 옹호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카슈끄지 피살 정황이 담긴 음성·영상 파일의 존재가 알려진 지난 14일 “(사우디 ) 왕실 개입이 밝혀지면 아주 강력하게 조치하겠다”고 경고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입장이 선회한 배경에는 사우디의 재정 지원과 대(對) 이란 석유제재의 공조 유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살만 사우디 국왕과 통화한 후 “어쩌면 그(살만 국왕 )가 (카슈끄지 피살에 관해 ) 알지 못했을 수 있다”고 트위터에 적으며 사우디 왕실의 범행 개입에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전향했다. 이후 이튿날인 지난 16일에는 사우디 왕실이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퇴치 지역 재건 활동 원조 명목으로 미 국방성에 1억 달러를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살만 국왕과 트럼프 대통령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폴 월드먼은 지난 16일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이 돈을 지불하기 때문”이라며 “트럼프는 부를 축적하는 데 일생을 바친 사람으로, 미국의 어떤 대통령도 트럼프만큼 (돈 문제로 ) 우려를 산 적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또 다음 달 4일 재개되는 이란산 원유 제재를 앞두고 사우디와 긴밀한 공조가 필수적인 미국의 입장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란의 원유 수출을 금지하면서 국제 유가 인상을 막기 위해서는 사우디의 원유 증산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우디와 밀약을 통해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는 논란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공식적으로 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금전적인 이해관계가 없다”며 “내가 금전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이어 17일에는 AFP, 로이터통신 등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그들(사우디 왕실 )을 엄호하는 게 아니다”라며 “(오디오·영상 ) 증거가 있으면 달라고 (터키 측에 ) 요청했다. 이번 주중에 (사건의 진상을 )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게(오디오·영상 증거 )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오디오·영상은 지난 16일 친정부 성향의 터키 일간지 <예니샤파크>가 보도하면서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해당 매체는 카슈끄지가 단순히 살해된 것이 아니라 손가락이 잘리는 고문을 당한 후 참수된 구체적 정황이 오디오로 확인됐다며 특히 오디오에는 무함마드 알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가 살인자 일행을 향해 “(고문 행위를 ) 밖에서 하라”고 말하자 누군가가 총영사를 향해 “사우디로 돌아갔을 때 살아남고 싶다면 조용히 해”라고 위협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또 암살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의 법의학 권위자 살라 무함마드 알투바이지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카슈끄지의 시신을 훼손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외신은 알투바이지는 사우디 내무부와 왕립의과대학에서 주요 직책을 맡은 고위 인사이며, 암살조원 중 최소 4명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개인 경호원 등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또 이들이 사우디에서 이스탄불로 이동할 때 이용한 2대의 걸프스트림 제트기는 지난해 사우디 정부가 인수한 항공회사의 것으로 확인됐다.

속속 드러나는 범행 증거가 사우디 왕실을 향하는 가운데 지난 17일(현지 시간 )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 외교 장관들은 철저하고 투명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문에서 “우리는 저명한 사우디 언론인 카슈끄지의 실종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며 “카슈끄지 실종에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증거를 확인하자’며 사우디를 두둔하고 있지만 좁혀지는 터키 당국의 수사망에 곤란한 입장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명분보다 돈을 우선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이번에도 ‘정의’보다는 ‘실리’를 챙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론의 정당한 이의 제기에 공권력을 동원해 ‘부당한 살인’을 저지른 의혹을 받는 사우디 왕실에도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책 『정의의 적들』에서 “국민에게 위임받은 국가권력을 관리하고 집행하는 자들이 사적 이익을 위해 권력을 악용하고 남용하는 행위야말로 사회를 타락·부패시키는 모든 범죄의 근원”이라며 “이를 감시하고 발견하고 드러내 알려야 할 언론마저 이들에게 장악되고 통제된다면 사회와 국민의 공분을 제대로 끌어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권력형 범죄의 단초는 결코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부인할 수 없는 범죄의 단초가 발견된다면 그가 누구이든 간에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 이익에 눈이 멀어 정의에 눈감는 상황도 용납될 수 없다. ‘오직 정의만이 사회를 지탱한다’(Justice alone sustain society )는 미국 워싱턴 연방 정부 법무부 청사 입구에 걸린 문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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