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자 119명 복직의 의미... ‘26+4명’ 희생된 9년간의 기록
쌍용차 해고자 119명 복직의 의미... ‘26+4명’ 희생된 9년간의 기록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9.20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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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9년을 끌어온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가 출구를 찾으면서 미복직 해고자 119명이 모처럼 즐거운 추석을 보내게 됐다. 지난 13일 쌍용자동차 사측과 노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는 교섭을 통해 해고자 199명의 복직 등에 관한 문제 해결에 잠정 합의하면서 오랜 갈등에 종지부를 찍었다. 사·노측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정식 합의문을 통해 “해고자 전원을 내년 상반기까지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합의 배경에는 지난 7월 인도 순방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마힌드라 그룹(쌍용차 대주주)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복직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한 것이 주요하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쌍용차 사태는 2009년 쌍용차가 경영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발생했다. 당시(2009년 4월) 사측은 전체 인력의 37%에 해당하는 2,646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에 노조원들은 5월 21일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옥쇄(玉碎·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진다)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은 77일간 지속됐고 그사이 1,666명이 희망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파업으로 끝까지 대응한 970여명에게는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의 선택지가 주어졌는데 어느 쪽도 택하지 않는 165명은 해고 처리됐다. 농성을 푸는 과정에서는 공장을 점거한 노조원과 경찰 사이에서 극심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고 당시 민주노총 쌍용차지부장이었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포함해 64명이 구속됐다. 이후 2013년 노사합의로 무급휴직을 선택한 454명은 전원 복직됐지만, 해고자 165명은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2015년 노사 합의로 일부 해고자(2016년 40명, 2017년 62명, 2018년 16명)가 복직된 후에도 119명은 여전히 해고자로 남아 투쟁을 계속해 왔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2009년 당시 쌍용차는 “(회사의) 부채비율이 561%에 달하고 영업 손실이 7,000억원에 달한다”며 그해 1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때 일각에서는 ‘회사가 현금을 동원할 능력이 있음에도 회계조작으로 (손실 규모를 키워) 정리해고를 단행했다’는 ‘기획파산 의혹’을 제기했다.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따라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회계조작을 감행했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2014년에 열린 정리해고자 해고무효확인 소송(해고 노동자 153명이 소송 제기)에서 2심 재판부는 “사측이 유형자산 손상차손(미래가치 하락 가능성을 재무제표상 손실로 반영)을 과다 계상했다”며 “이런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재무건정성 위기가 발생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며 노동자의 편에 섰다. 하지만 이후 대법원은 미래 추정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매출 수량 추정이 다소 보수적이라고 해도 합리성을 인정해야“한다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9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지난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쌍용차 해고자 김주중씨를 포함해 지금까지 총 30명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이들은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땀으로 일궈냈던 내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라며 복직을 간절히 소원하다가 경제난을 비롯한 비관적인 상황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2012년부터 대한문(사망한 노동자의 분향소)과 쌍용차 평택공장을 오가며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기를 사진으로 기록한 점좀빼(필명)는 책 『아무도 잊혀지지 마라』에서 “‘나도 베란다에서 (죽을 생각으로) 아래를 내려다본 적이 있지만 이젠 동지들 목숨 값 갚고 죽겠다’는 노동자의 말을 듣고 ‘기록’에 대한 의무감이 엄습해 하루하루 대한문 분향소에서 셔터를 누르게 됐다”고 말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인 이창근씨는 책 『이창근의 해고일기』에서 “쌍용차 문제는 재난의 문제다. 인간이 만든 해고가 인간 삶을 부수는 인간 재난이 극단의 형태로 드러난 사건”이라며 “지친 마음에 포기하고 싶은 오늘이지만, 우리가 돌아가야 하는 자리에 서 있지 못하는 한, 그날이 오늘은 아니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 

소설 『도가니』로 우리 사회의 부도덕과 부조리함을 고발했던 공지영 작가 역시 2009년 벌어진 쌍용차 77일간의 파업 순간부터 2011년 13번째 희생자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르포르타주로 엮어낸 책 『 의자놀이』를 통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0개월 사이에 부부가 모두 죽고(쌍용차 해고자 아내와 남편이 2010년과 2011년 각각 자살) 졸지에 고아가 된 남매의 이야기는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주었다”며 “또 다른 ‘도가니’인 쌍용차 사태를 알려야 한다는, 더는 이런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이 글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7년여간 직장을 잃고 방황하는 쌍용차 해고자들에게 누군가는 “이만하면 됐다. 정신 차리고 다른 일하며 사람답게 살아라”라고 충고했지만, 그들은 “부당하게 해고됐지만 애정이 가득한 내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라고 항변해 왔다. 비록 26명의 노동자와 4명의 배우자가 세상을 떠났지만 남은 이들만큼은 땀으로 일군 삶의 현장에서 값진 노동의 기쁨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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